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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떠나는 대한민국…'정년 연장' 유명무실

홍영재 기자

입력 : 2024.10.03 20:35|수정 : 2024.10.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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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과학자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나이와 국적 관계없이 과학자를 데려오려 힘쓰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공계 석학들이 정년이 되면 몸담을 연구기관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인데요. 이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하나도 없습니다.

홍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노벨 화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나노 분야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만 60세가 된 올해도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에 10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대학원생 지도교수를 맡지 않으려고 고심 중입니다.

[현택환/서울대 석좌교수 :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면 한 5년, 6년 그렇게 걸리거든요. 실제로 교수가 은퇴해버리면 지도 교수가 없어지는 거잖아.]

예순 언저리의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대학원생을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65세 정년을 전후로 아예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석학들도 많습니다.

'초끈 이론' 등 물리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남긴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올해 정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 응용수학연구원으로 옮겼고, 수학 분야 석학 최재경 전 고등과학원 원장도 은퇴 후 홍콩과 프랑스를 거쳐 올해부터는 미국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이공계 석학 유치에 사활을 건 과학기술 강국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현택환/서울대 석좌교수 : 노하우나 여러 가지 그런 것들이 그냥 거의 사라지는 거야. 거의 사라지는 걸 보면 너무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2016년부터 시행된 과학기술유공자 지원법에는 유공자로 선정되면 정년이 지나도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했지만 지금까지 적용 사례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선정된 유공자 85명 중 64명, 75%는 이미 작고한 사람이었고, 생존자 중 최연소자는 선정 당시 70세였기 때문입니다.

[박충권/국민의힘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 적극적으로 현역에 계신 분들을 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발전, 인재 양성과 직결되는 고급 두뇌 유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김진원, VJ : 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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