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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가둔 '몽키하우스'…동두천 성병관리소 개발 논란

최승훈 기자

입력 : 2024.10.01 21:07|수정 : 2024.10.02 00:20

"철거 뒤 개발 계획" vs "부끄러운 역사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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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동두천에는 과거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겠다며 정부가 운영하던 건물이 있는데요. 이 건물을 철거하고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승훈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 바로 옆에 있는 2층짜리 건물입니다.

창문은 창살로 막히고 유리는 깨져 있습니다.

정부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 확산을 막겠다며 1973년에 지어 1990년대 초까지 운영한 성병관리소입니다.

최대 140명이 들어가는 시설에 강제로 감금된 여성들은 정확한 진단 없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습니다.

[박인순/성병관리소 감금 피해자 : 지옥이야 지옥, 거기는. 몇 달을 썩고 그냥 주사 맞고 약 먹고. 얼마나 흉악한지.]

[최현진/성병관리소 철거저지위원회 집행위원장 : 철망을 잡고 있는 모습이 미군들이 봤을 때 동물원 원숭이 같다고 그래서 일명 '몽키하우스'라고….]

성병관리소는 울타리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 없는 상태인데요, 안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동두천시는 건물을 철거한 후 부지를 소요산 관광지의 일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찬성하고 있습니다.

[주변 상인 : 지저분한 곳인데 빨리 없애는 게 맞지. 옛날에는 거기서 사건 사고 이런 것도 많이 일어나고. 음침하니까.]

그러나 피해자 중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철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한 행위라고 대법원까지 인정한 사례인 만큼, 부끄러운 역사를 증언하는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오늘(1일) 건물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했습니다.

[성병관리소 감금 피해자 : 그 건물을 바라볼 때 가슴 저리게 아프지만 후대를 위해서 남겨둬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동두천시는 내일부터 철거 참여 업체 입찰을 시행할 예정이며 개발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안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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