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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해도 품행점수 미달 시 유급…이 나라가 교권 보호하는 방법

이강 기자

입력 : 2024.09.27 11:38|수정 : 2024.09.27 11:38


▲ 이탈리아 학교의 모습

이탈리아에서 교권을 짓밟는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하원이 현지시간 25일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이 발의한 교육 법안을 찬성 154표, 반대 97표, 기권 7표로 가결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이 법안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중·고교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한 학생을 유급시키는 등 교사에게 제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품행 점수에서 10점 만점에 5점 이하를 받은 학생은 학업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유급 처리됩니다.

고교 졸업반 학생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은 시험인 '에자메 디 마투리타' 응시 자격을 잃을 수 있습니다.

또한 품행 점수에서 6점을 받은 고등학생은 시민 교육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아울러 교직원에 대한 공격이나 폭력 행위에 대해 최저 500유로(약 73 만원), 최대 1만유로(약 1천471만 원)의 벌금이 도입됐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러한 법안을 도입한 것은 학생, 학부모가 교직원을 공격한 사건이 올해 들어 지난해와 비교해 110% 이상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경우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문제로 교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고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치거나 우울증과 불안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늘었습니다.

발디타라 장관은 "이 법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시킬 것"이라며 "학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학교에서 존중의 문화가 다시 뿌리내리고 교권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다만 품행 등급제는 1924년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부가 품행이 불량한 학생을 유급 처리한 정책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 정책은 197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다가 학생들의 항의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폐지됐고, 2000년에는 모든 학교에서 사라졌습니다.

전국 학생회 측은 이번 법안이 "권위주의적이고 징벌적인 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고 제1야당 민주당(PD) 소속 하원의원인 안나 아스카니는 "우리가 잊고 싶었던 시대로의 회귀"라고 규정했습니다.

(사진=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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