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인간적인 군주가 간신을 키우고 나라를 어지럽힌다 (글 : 양선희 소설가)
#1
군주가 상도(常道)에서 벗어나 청탁을 받아들이면 신하들은 위로 관직을 팔고, 아래로는 대가를 받아 챙긴다. 이런 까닭에 그들의 집안이 이익을 챙기고, 이런 신하들이 위세를 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에선 힘껏 군주를 섬길 마음이 없어지고, 윗사람과의 교제만 일삼게 된다.
민간이 교제를 좋아하면 뇌물이 위로 흘러 말재주를 부리는 자가 임용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업무 성과를 올리는 자들은 점점 적어질 것이다. 간신들이 점차 앞으로 나가고 재능 있는 신하들이 물러나면 군주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흔들리게 되고, 사람이 많아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이는 법금(法禁, 법률과 금제)을 폐하고, 공로는 무시하고, 겉으로 드러난 평판에 의지해 등용하며 청탁을 받아들인 실수 때문이다. 대체로 법을 파괴하는 자들은 반드시 삿된 일을 꾸며서 핑곗거리로 삼아 군주와 가까워지려고 하고, 세상에 보기 드문 희한한 일을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폭군이나 어지러운 군주들을 현혹하는 약삭빠른 신하들이 군주의 권한을 침해하는 방법이다.
#2
어리석은 군주는 여러 사람이 칭찬하는 것이면 따라서 좋아하고, 여러 사람이 그르다 하는 것이면 따라서 미워한다.
사람들은 개인의 이득에 따라 사람을 칭찬하는데, 세상 군주들은 헛된 명성만을 듣고 그들을 예우한다. 예우가 있는 데는 반드시 이득이 주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헐뜯는다. 공익을 위해 민간의 사익에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관리는 욕을 먹는다. 세상 군주들은 그들의 속된 판단에 가려져 욕먹는 자들을 멸시한다. 멸시가 있는 데는 해악이 반드시 주어진다.
그러므로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에게 명예와 포상이 내려가고, 공익에 힘쓰고 선행하여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헐뜯기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니 나라의 부강을 구한다 하더라도 할 수가 없다.
예부터 이르는 말에 정치하는 것은 마치 머리 감는 것과 같다고 했다. 비록 머리가 빠지더라도 반드시 감아야 하는 건, 머리 빠지는 손실이 아까워서 머리가 자라는 이득을 잊는 것과 같다. 종기를 도려내는 것은 아프며 약 마시는 것은 쓰다. 쓰고 괴롭다 하여 종기를 도려내지 않고 약을 먹지 않는다면 몸을 살리지 못하여 병을 고치지 못한다.
#3
군신 사이에는 부자 간의 정은 없다. 그런데 도의로 신하를 누르려 한다면 그 관계에 반드시 틈이 벌어질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도 아들을 낳으면 서로 축하하지만 딸을 낳으면 죽여 버린다. 이들이 다 같이 부모의 품 안에서 나왔지만 아들은 축하받고 딸은 죽는 것은 그 후의 편의를 생각하여 먼 이득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도 계산하는 마음으로 상대하는데, 하물며 부자 간의 정도 없는 군신 간에 무슨 사랑을 논하는가.
지금 학자들은 군주에게 이득을 구하는 마음을 버리고 서로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라고 한다. 바로 군주에게 부모보다 더 친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거짓을 속삭이며 억지를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법도를 분명히 세우고, 공과 실에 따라 상과 벌을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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