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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빠따 열두 대야"…'직장 내 괴롭힘' 못 견딘 청년 죽음은 "산재"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4.09.22 13:48|수정 : 2024.09.22 13:48


▲ 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

직장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고 전영진 씨 유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9일 전 씨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정했습니다.

전 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본 것입니다.

특히 전 씨를 괴롭힌 직장 상사 A(41) 씨의 형사사건에서 1·2심 법원이 'A 씨의 범행이 영진 씨의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점이 산재 인정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씨는 2021년 8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했지만, 2년도 되지 않은 지난해 5월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서 한 장 없이 떠난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형 영호 씨가 '혹시 남겨놓은 음성메시지라도 있을까' 열어본 휴대전화에는 영진씨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녹음돼 있었습니다.

A 씨는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 대야"라는 등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습니다.

사망 닷새 전에도 "너 지금 내가 ○○ 열 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다, 니네 애미애비고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내일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아, 알았어?"라고 폭언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숨진 전 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형 영호 씨 등 유족은 형사사건 외에도 A 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회사 대표 측은 "해당 사건은 A 씨와 고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회사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영호 씨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동생이 죽었는데, 회사는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책임을 동생에게 돌리고 있다"며 "그릇된 행동으로 발생한 일임을 꼭 인지하고, 동생 사건이 본보기가 되어 법이 더 강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유족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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