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폭발 헤즈볼라 삐삐, 타이완 회사 제품…이스라엘이 폭발물 심어"

김영아 기자

입력 : 2024.09.18 14:11|수정 : 2024.09.18 14:12


▲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이 발생한 17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병원 앞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레바논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한 것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발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타이완 기업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전했습니다.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타이완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부분 AR924 기종으로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습니다.

이스라엘은 또,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 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습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테러 이후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렸습니다.

특히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고 폐기하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무선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자들은 헤즈볼라가 타이완 골드아폴로에 무선호출기 3천 대 이상을 주문했으며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 동맹국에도 전달됐습니다.

이에 타이완 골드아폴로 측은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는 자신들이 제조한 것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로이터와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골드아폴로 측은 성명에서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가 자사 생산 제품이 아니고 골드아폴로와 상표권 계약을 맺은 유럽의 유통사가 생산, 판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아폴로 측은 "우리는 (유럽 회사에) 브랜드 상표 사용을 승인했을 뿐 이 제품의 디자인 및 생산에 어떠한 관련도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아폴로의 창립자인 쉬칭광 회장도 기자들에게 "그 제품은 우리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상표만 붙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경제부도 타이완에서 호출기가 레바논으로 직접 수출된 기록이 없다면서 제조사의 추가 조사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50여 년 전부터 암살 등 작전 수행을 위해 전화 등 통신수단을 적극 사용해 왔습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직후 프랑스 파리에 주재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부 마흐무드 함샤리의 암살에는 유선 전화가 동원됐다.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에 살해당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에 대한 복수에 나선 이스라엘은 함샤리 자택의 전화기에 폭탄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전화를 받기 위해 수화기에 손을 댄 함샤리는 폭발 탓에 중상을 입었고, 한 달 만에 사망했습니다.

1996년엔 이스라엘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가 휴대전화기를 사용해 하마스의 사제폭발물 기술자인 야히아 아야시를 암살했습니다.

아야시는 이스라엘에 포섭된 팔레스타인인이 건넨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중 폭발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