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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서 욕먹는 게 일"…관두거나 아파서 휴직도 수두룩

정성진 기자

입력 : 2024.09.13 21:08|수정 : 2024.09.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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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근로감독관은 근로 현장에 임금 체불 같이 부당한 일들이 있는지 조사하는 역할을 하죠. 특히 추석을 앞두고는 이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는데, 최근 일터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출근과 동시에 담당 사업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들.

[추석 때문에 현장 예방 점검 때문에 나가야 돼서요.]

추석 전 임금 체불 등을 단속하러 나선 근로감독관들입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선 넘쳐나는 서류들을 들춰가며 민원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임주영/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 최소 하루에 1.5건 정도씩 들어온다고 하면, 이게 (사건) 하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지금 상황입니다.]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평균 1천 개, 1년에 처리하는 신고 사건은 약 200건에 달합니다.

플랫폼 노동 등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며 사건은 더 복잡해졌고, 현장의 권리의식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욕설이나 폭행은 물론, 고소나 손해배상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늘었습니다.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에서 욕먹는 게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임주영/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 갑자기 심한 소리를 하시더라고요. 민원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참고 가는 경향도….]

사정이 이러니 다른 부처 전출을 희망하거나 아예 직장을 떠나는 선택이 늘었습니다.

올 8월까지 휴직한 근로감독관 중 절반 이상이 병을 얻어 쉬는 겁니다.

[전직 근로감독관 : 저연차 공무원들은 물어볼 곳도 없고 배우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서를 바꿀 수 있으면 웬만하면 다들 바꾸려는 분위기가 있죠.]

통상 7급 이상이 맡던 감독관 업무는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종전에 보조 업무를 주로 하던 8, 9급 공무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김소희/국회 환경노동위원 (국민의힘) : (근로감독관이) 본연의 역할을 못하시면 결과적으로 노동 현장 전반으로 악화가 될 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근로자들한테 돌아가는 악순환이….]

지난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근로감독관도 입사한 지 9개월 된 9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양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디자인 : 서승현·최재영·홍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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