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미국 정부가 결론을 내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사용 방법과 관련한 제한을 일부 완화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더 잘 막아내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논의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관련 대화가 백악관 내 소수 당국자 사이에서 긴밀하게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세부 사항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최근 며칠간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에서 공급한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내부를 타격하는 것을 미국이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의했습니다.
폴리티코는 무기 사용과 관련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면서 "이는 군대가 스스로를 더 강력하게 방어하고 러시아에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미 정부가 마침내 동의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2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비행장과 미사일 발사대, 탄약고 등 군사시설들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서방이 제공한 무기에 걸려 있는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미국이 제공한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와 영국이 제공한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자유롭게 쓰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청에 미국은 지난 5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미국산 무기를 쓸 수 없다'는 제한을 일부 완화해 국경 너머에서 공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는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를 비롯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후방 목표물을 노리는 것에는 계속 반대해 왔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시설과 자산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사거리가 250㎞인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에 미국산 장비가 쓰였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지난주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 발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지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 사안에 대해 "우리는 지금 당장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났습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 본토 타격에 에이태큼스를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이미 폭격기의 90% 이상을 에이태큼스 사정권 밖으로 옮겼기 때문에 에이태큼스를 쓴다 해도 전략적 변화를 도출하긴 힘들고, 미국 내 에이태큼스의 재고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개방적인 국무부와 대립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13일 백악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미국의 결정이 이달 22∼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전에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