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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억대 사기범 도피 지시…실형 면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9.09 16:28|수정 : 2024.09.09 16:28


▲ 2013년 경찰에 검거될 당시 조양은 씨

과거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으로 활동하다가 선교사가 된 조양은(74) 씨가 선교회 신도에게 지명수배 중인 사기범의 도피를 도우라고 시켰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홍 판사는 또 조 씨의 지시를 받고 사기범의 도피를 도운 선교회 신도 A(66)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조 씨는 2022년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고철업체 대표 B 씨의 도피를 도와주라고 A 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B 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으로부터 입찰받은 낡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차액 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B 씨는 공범들 가운데 자신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하기로 마음먹고 조 씨와 상의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선교사로 활동하는 선교회의 신도인 B 씨가 구속되면 다른 신도들이 그에게 빌려준 돈도 받지 못할까 봐 도피를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 씨는 또 다른 교회 신도인 A 씨에게 "기소 중지될 때까지만 B 씨를 보호해 달라"며 "숙소와 휴대전화를 제공해 주라"고 시켰습니다.

A 씨는 조 씨의 지시에 따라 자신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B 씨에게 주면서 숙소도 함께 제공했고, B 씨는 3개월 가까이 경찰 추적을 피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A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조 씨는 당일 최후진술을 통해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용서를 빌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거물급 조직폭력배로 1980년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995년 만기 출소해 '신앙 간증'을 받은 뒤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이후에도 해외 원정도박과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됐습니다.

홍 판사는 "조 씨는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범행은 지시했지만, 나머지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도 "범행 일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머지가 인정되는 이상 범인도피교사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본범인 B 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A 씨는 20년 동안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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