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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불붙인 화염을 얼굴에"…해병 간부 가혹행위 의혹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9.06 07:49|수정 : 2024.09.06 09:14


해병대에서 중대장이 병사들에게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5일 피해 병사에 따르면 해병 모 부대 중대장이던 A 중위는 지난달 16일 오전 B 일병과 상병 등 병사 2명을 중대장실로 부른 뒤 스프레이 형태 살충제를 분사했습니다.

이때 라이터로 불을 붙여 생긴 화염이 B 일병의 얼굴 가까이 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 일병은 이날 휴가 중 언론 매체와 만나 "제 얼굴 1∼2㎝까지 화염이 온 것 같다"며 "신속하게 몸을 피하지 않았으면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A 중위는 이들에게 계급에 따른 부조리 여부를 물었고, 중대원들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일병은 사건 발생 엿새 만인 지난달 22일 자기 부모님을 통해 부대 측에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조사에 착수한 군사경찰은 피해자인 B 일병을 불러 조사했고 다른 중대원들을 상대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B 일병은 30여 명의 중대원 중에서 A 중위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한 병사가 6∼7명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A 중위가 병사의 머리나 배에 개인 화기로 지급받은 K5 권총을 겨누며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를 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대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군부대 점심 메뉴로 나온 마늘과 쌈장의 많은 양을 한입에 넣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사경찰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A 중위를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군 관계자는 "A 중위가 타지역으로 전출한 뒤 신고가 접수돼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 조치 됐다"며 "법과 규정에 따라 A 중위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군부대 측은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해 간부 포함 전 장병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B 일병 가족은 해당 부대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B 일병 어머니는 "군사경찰 조사 외에 병원 상담 등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업무만 시켰다"며 "부대 내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전혀 보호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청원 휴가를 나온 B 일병은 군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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