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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16곳 거부, 100m 옆에 두고 딴 데로…'뺑뺑이' 속출

류희준 기자

입력 : 2024.09.05 18:03|수정 : 2024.09.05 18:03


반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응급환자가 목숨을 잃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어제(4일) 오후 9시쯤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차선 변경 중 버스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습니다.

이 환자는 청주권 병원 4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하면서 수혈, 기관 내 삽관 등 응급 처치를 사고 40분 만에 받았습니다.

이후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돼 사고 4시간 30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4분쯤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환자 의식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 광주에서는 오전 7시 32분쯤 조선대학교 교정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인접한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중태에 빠졌습니다.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었고, 여대생 이송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119 구급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늘부터 응급실 축소 진료가 시작된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접수 자체를 거부당해 발길을 돌린 경증 환자들로 혼선을 겪었습니다.

아주대병원은 전문의 공백을 메워온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로 피로가 커지자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심폐소생술 등을 필요로 하는 초증증 환자만 받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숨진 근로자는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지만, 긴급 수술을 해줄 병원을 알아보느라 4시간가량을 허비하면서 숨을 거뒀습니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달 4일에는 경기지역에서 만 2세 여아가 열경련으로 쓰러져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아이는 한 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를 따르면 의료공백 상태가 발생한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119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17건이나 됩니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웃돌았습니다.

2차례 재이송 사례는 올해 상반기 78건으로 지난해 1년간(84건)의 기록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소방청과 관련 통계를 함께 발굴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정부가 응급의료 현장의 심각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지만,구급 대원들과 소방당국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며 구급대원들과 소방당국의 업무부담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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