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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 앞 응급실서 "오지 마세요"…심정지 대학생 의식 불명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4.09.05 18:18|수정 : 2024.09.05 18:18


0905 이브닝 브리핑
 
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브리핑에 있습니다.
 

'의료진 부족으로 수용 불가합니다', '응급 시술 불가합니다'.

의료의 1선이 응급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않아서 생기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들이 아우성입니다.

심지어 지역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같은 대학 학생이 100미터 거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는데도 "오지 말라"며 거부했습니다. 이 대학생은 의식불명 상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사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100미터 거리 심정지 대학생 거부한 응급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의식 불명 상태인데요,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상황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조선대 학생인 20살 A 씨는 어제(4일) 농촌봉사활동 뒤풀이에 참석해 다른 과 학생들과 학교 근처 식당 등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A 씨가 발견된 건 학교 교정 벤치였습니다. 오늘 (5일) 아침 7시 반쯤 A 씨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습니다.

신고자는 대학 환경미화원이었고,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때 A 씨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스프 응급실
A 씨가 쓰러진 곳은 조선대병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어서, 119 대원들은 조선대병원 응급실부터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의료진 여력이 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촌각을 다투는 순간. A 씨는 근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다행히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거리가 가깝습니다.

치료를 받은 A 씨의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에는 7명의 교수가 근무하지만 올해 2월 전공의 사직 대란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습니다.

의료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대병원은 매주 1회 다른 진료과 전문의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 근무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다른 과 전문의가 응급실 근무를 시작한 것도 공교롭게 어제(4일)였습니다.

응급실 가도 "수술 불가"…70대 노동자 사망

부산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병원 응급실을 찾다가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숨졌습니다.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된 건 지난 2일 아침 8시 11분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응급처치하면서 기장군, 부산진구, 해운대구, 양산 등 근처 응급센터 8곳에 전화를 돌려 환자 이송을 문의했지만, 모두 "수용 불가"였습니다.

아홉 번째로 연락을 취한 고신대병원에서 '수술은 어렵지만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은 사고가 발생한 기장군에서 5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119 구급대는 30분 가량을 달려 오전 9시 23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발생부터 소방 출동, 응급처치, 병원 수소문, 병원 도착까지 1시간 10여 분 지난 뒤였습니다.
스프 응급실
병원 진찰 결과 A 씨는 등뼈 골절로 폐가 손상될 수 있어 긴급 수술이 필요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을 할 수는 없는 상황. 병원 측은 다시 수술이 가능한 곳을 알아보던 중 A 씨가 숨을 거뒀습니다. 사고 4시간여 만인 낮 12시 30분쯤이었습니다.

고신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여러 전문의가 돌아가면서 담당하고 있어 운영되고 있지만, 수술이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당시에 수술할 수 없는 상태여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6곳서 퇴짜…120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병원 응급실 16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강원도 원주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70대 환자는 어젯밤 9시쯤 청주시 오창읍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전세 버스에 치였습니다. 하반신에 다발성 골절을 입고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119 구급대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충북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 등 청주권 4개 병원을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충북대병원은 "마취과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프 응급실
사고 약 40분 만에 근처 2차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기관 내 삽관과 수혈 등 응급처치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됐습니다.

결국 환자는 사고 4시간 반이 지난 오늘(5일) 새벽 1시 반쯤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당시 환자는 의식이 있었지만 처치가 지연되면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할 때쯤에는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도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환자 상태가 심각해 곧바로 상급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했지만, 수용 가능한 병원을 바로 찾을 수 없었다", "상급병원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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