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법치가 서기 힘든 가장 큰 이유 (글 : 양선희 소설가)
#1
서문표가 업의 수령일 때, 청렴하고 욕심이 없으며 결백하고 성실해 사적인 이익은 털끝만큼이라도 챙기지 않으며, 왕의 측근들을 대단히 소홀하게 대했다.
이에 군주의 측근들은 작당하여 그를 헐뜯었다. 이듬해 서문표가 보고서를 올리자 군주는 그의 관인을 회수하고 면직시켰다.
서문표는 자청해 말했다.
"제가 예전엔 업을 다스리는 법을 몰랐습니다.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원컨대 관인을 내리시어 다시 업을 다스리게 해주십시오. 제대로 못 하면 도끼로 참수하는 형벌이라도 받겠습니다."
문후(군주)는 어쩌지 못해 그에게 관인을 다시 주었다. 서문표는 백성들에게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고, 측근들을 열심히 섬겼다. 다음 해, 보고서를 올리자 문후는 마중을 나와 맞아들였다.
서문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제가 군주를 위해 업을 다스렸을 때 군주께서는 관인을 회수하셨습니다. 이번엔 군주의 측근들을 위해 업을 다스렸더니 군주께서는 저를 환영해 주시는군요. 제가 어찌 더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관인을 반납하고 물러가려는데 문후는 그것을 받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번엔 그대를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됐소. 내 바라는 것은 그대가 힘써 나를 위해 업을 다스려 주는 것이오."
그러나 그는 끝내 받지 않았다.
#2
양거가 새로 업 땅의 수령이 되자 그 누이가 그를 보러 갔는데 날이 저문 후여서 성문이 닫혔다. 이 때문에 성곽을 넘어 들어갔다.
원래 성곽을 넘는 자는 발을 자른다는 법이 있다. 이에 양거는 누이의 발을 자르는 월형을 내렸다. 조나라 성후는 그를 자비가 없는 자라 여겨 관인을 회수하고 수령에서 면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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