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자세히 보면 중국에는 가지 요리가 정말 많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만큼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지볶음(炒茄子)을 비롯해 탕수가지(糖醋 茄子)도 있고 생선 양념으로 조리했다는 뜻의 어향가지(魚香 茄子), 가지를 반으로 잘라 기름에 볶은 마늘과 고추 등의 갖은양념을 넣은 후 불에 구운 가지구이(烤茄子)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중국 가지 요리는 띠산셴(地三鮮)이다. 땅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 세 가지로 볶았다는 뜻의 이름으로 가지와 감자(고구마), 피망 볶음이다. 이 외에도 가지 돼지고기 볶음(肉末茄子),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는 동파가지(東坡茄子) 등등 중국의 가지 요리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는 왜 이렇게 다양한 가지 요리가 발달했을까? 가지라는 채소에 대해 호불호가 뚜렷한 우리와는 달리 중국인들이 그만큼 가지를 좋아하고 또 많이 먹기 때문이겠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나라 입맛을 놓고 왈가왈부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뜬금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 배경을 알아보면 가지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지 요리가 발달한 이유가 한두 가지는 아닐 것이다. 일단 가지는 그 성분이 기름에 녹는 지용성 채소다. 때문에 단순히 찌는 것보다 기름에 볶을 때 더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한다. 조리법상 중국에 가지 요리가 많은 이유다.
역사적, 인문학적 배경도 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가지에 대해 환상을 품었다. 이국적이며 몽환적인 맛에 먹으면 신선이라도 돼서 극락에 갈 것 같은 그런 판타지를 가졌다. 이름과 별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먼저 그 이름이다. 가지는 한자로 가자(茄子)라고 쓰는데 여기서 가(茄)는 연꽃 줄기라는 뜻이다.
가지의 생김새가 연꽃 줄기처럼 생겼기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풀이도 있다.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로 히말라야산맥을 우회해 서역을 통해 중국에 전해졌다. 불교가 전해진 경로와 시기가 대충 일치하는데 그런 만큼 극락세계에서 온 채소라는 환상이 반영된 이름일 수도 있다. 꿈보다 해몽 같지만 옛사람들 시각으로 보면 애써 부정할 것만도 아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