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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취약한 '방염'

이태권 기자

입력 : 2024.08.25 20:09|수정 : 2024.08.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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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는 벽걸이 에어컨에서 발생한 불씨가 바로 밑에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로 튀면서 불길이 삽시간에 커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일반 매트리스가 아니라, 방염 매트리스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른 숙박업소들도 점검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태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2일, 불이 시작된 810호 객실 앞 복도 모습입니다.

방에 들어갔던 투숙객이 탄 냄새가 난다며 문을 열어둔 채 나오고, 약 3분 뒤인 7시 37분 객실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연기는 불과 83초 만에 좁은 복도를 가득 메워버립니다.

810호 객실 내부는 모두 새카맣게 탔습니다.

소방은 객실 내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누전으로 튄 불똥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특히 에어컨 바로 밑에 있던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영팔/소방청 119대응국장 : 일차적으로 (에어컨) 바로 밑에 있는 소파, 비닐소파입니다. 그게 빨리 착화되고 바로 옆에 있는 침대로 착화되면서 더 커진 것으로….]

매트리스는 불이 커지는 속도가 소파의 약 2배, 서랍장의 9배, 책상보다는 2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류상일/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숙박업소에는 매트리스라든가 이런 소재가 가연이 잘 되는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방염성능 기준을 아마 맞췄더라면 이번과 같은 이런 큰 피해는 내지 않았을 것으로….]

실제 시험 결과, 일반 매트리스는 불을 붙인 뒤 3분도 안 돼 맹렬한 화염과 함께 유독 가스를 내뿜지만, 방염 처리된 매트리스는 2분 뒤 탄 자국만 남고 불길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최초 119 신고 당시 녹취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접수요원이 호텔 관계자로 보이는 신고자에게 '사람들 대피 먼저 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지만, 신고자는 '아'라는 탄식만 연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자 7명의 발인이 내일(26일)까지 마무리되는 가운데, 수사본부를 격상해 화재 원인과 과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서도 수사 중입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임찬혁·홍지월·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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