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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뛰어내렸는데 2명 모두 숨져…뒤집힌 에어매트 논란

배준우 기자

입력 : 2024.08.23 16:00|수정 : 2024.08.23 16:00


▲ 남녀 투숙객 추락 후 뒤집혀 있는 에어매트

불이 난 호텔 건물 7층에서 지상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숨지자 이 소방 장비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어제저녁 7시 34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각은 화재 발생 5분 뒤인 오후 7시 39분이었습니다.

9층짜리 호텔 내부 810호(7층)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였습니다.

신고 접수 4분 만인 오후 7시 43분, 부천소방서 선착대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고 5분 뒤인 7시 48분에는 호텔 외부 1층에 에어매트가 설치됐습니다.

밤 7시 55분,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를 뒤덮으며 상황이 급박해지자 807호 객실의 30∼40대 남녀 2명이 차례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 지점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소방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불과 2∼3초 뒤에 남성이 뛰어내렸고,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습니다.

화재 당시 에어매트 설치한 호텔 주차장 입구
구조를 기다리던 남녀가 화재 발생 후 비교적 신속하게 설치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는데도 숨지자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장 목격자들이 찍은 사진에는 '119 부천소방서'라는 글씨가 거꾸로 된 채 뒤집힌 에어매트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때문에 애초 처음부터 에어매트를 거꾸로 설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에어매트는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여성 추락 후 뒤집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어매트의 성능과 설치 장소를 놓고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뒤집힌 에어매트는 18년 전인 2006년에 지급돼 7년인 사용 가능 기한을 훨씬 넘긴 장비였습니다.

또 다소 경사가 있는 호텔 주차장 입구에 에머매트가 설치된 터라, 에어매트가 뒤집혔을 가능성과 공기량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볼 대목입니다.

당시 부천소방서가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생존할 수 있게 제작된 소방 장비로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입니다.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의 에어매트 무게는 126㎏으로, 보통 펌프차 등에 싣고 출동해 구조대원 4∼5명이 함께 들어 옮긴 뒤 설치합니다.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늘 화재 현장을 찾아 "에어매트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부상 12명이며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 2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상자 10명은 치료 후 퇴원했습니다.

당시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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