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나에게 등 돌린 아내의 나라는 망해야 한다 (글 : 양선희 소설가)
#1
남을 위한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 책망하게 되지만 자신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일이 잘된다.
그러므로 부자 사이에도 원망하고 꾸짖지만, 사람을 사서 농사를 지으면 맛있는 국을 끓여 내놓는다.
#2
채나라 공주가 제환공의 처였는데 환공이 그녀와 함께 배를 탔을 때 부인이 배를 흔들었다. 환공은 크게 무서워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치지 않았다.
그 일에 화가 나서 그는 아내를 내쫓았다. 얼마 후 다시 불렀으나 이미 개가한 후였다.
환공은 크게 노하여 채나라를 치려고 했다. 관중이 간하며 말했다.
"부부 간 일로 다른 나라를 친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고,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없습니다. 이 일로 그런 일을 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환공은 듣지 않았다. 다시 관중이 이렇게 말했다.
"도저히 그만둘 수 없겠거든 초나라가 청모를 천자께 조공하지 않은 지 3년 되었으니 군주께서는 천자를 위하여 초나라를 친다고 하여 군사를 일으키는 것이 어떻겠습니다. 초나라가 항복하면 이 군사를 채나라로 돌려 공격하십시오. 그러면서 '나는 천자를 위해 초나라를 치는데 채나라는 군사를 이끌고 따르지 않았으니 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십시오. 이것이 명분으로 볼 때 의롭고, 실제로 볼 때 이익이 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천자를 위해 벌준다는 명분을 세우고 나서 실제로는 원수도 갚을 수 있습니다."
#3
진나라 문공이 송나라를 치기에 앞서 이렇게 선언했다.
"내가 듣기로 송나라 군주가 무도하여 장로들을 경멸하고 재물 분배가 적당하지 않으며 명령이 믿음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백성을 위하여 송의 군주를 벌하러 온 것이다."
#4
월나라가 오나라를 치기에 앞서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오왕이 여황대를 짓고, 깊은 연못을 파며 백성들을 괴롭히고 재화를 탕진해 백성들의 힘이 고갈되었다고 들었다. 내가 백성을 위하여 벌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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