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자신을 돌봐준 삼촌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조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오늘(22일) A씨의 살인 혐의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증거가 범죄사실을 인정할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가 의심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제삼자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상 제삼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건물 공동 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삼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과거 사업하면서 민사 소송을 다수 진행했고 실제 집에서도 소송 서류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는 제삼자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으로 밝혀지지 않은 제삼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 이전에 그를 주거지에 데려다주면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인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이 해당 지인을 중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봤을 때 드라이버 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십자드라이버가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나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히거나 목을 조르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공격적 성향 내지 양상에 불과해 범행을 인정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A씨는 올해 1월 31일 밤∼2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함께 사는 삼촌 70대 B씨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범행 이후 A씨가 B씨의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방치해 둔 것으로 봤습니다.
경찰은 2월 7일 오후 B씨 아들로부터 "집 안에서 휴대전화 벨 소리는 들리는 데 아버지가 연락받지 않는다"는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해 소방과 공동대응해 잠긴 문을 강제로 열어 안에 있던 B씨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방 안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이들은 B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30여 년간 함께 살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7세 정도의 지능인 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인 점을 참작해달라고 변론했습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검찰은 앞서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