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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테스트' 단골이지만 '보랏빛 영혼'의 반전…무더위 견디는 데는 이거다!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8.24 09:01|수정 : 2024.08.24 09:01

[스프카세] 가지를 넘어선 특별한 가지를 만드는 법 (글 : 정고메 작가)


정고메 스프카세 썸네일
채소들은 사람들의 호불호 테스트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런 채소 목록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게 바로 가지가 아닐까 싶다. 가지는 오이, 당근만큼이나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글의 첫 문장을 읽었을 때부터 이미 가지에 대한 답변이 자동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가지는 가끔 독특한 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익힌 물컹한 가지는 싫은데 튀기거나 볶은 가지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자칭 채소 영업인으로서 이럴 때 보면 조리법에 따라 그 어렵다는 '불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희망을 품기도 한다.

정고메 스프카세
나에게 가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이다. 그러나 단지 좋고 싫은 취향의 영역에서 논의되기에는 가지의 존재가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건 요리를 하는 내게는 그렇다.

가지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많은지... 나라마다 자신들의 고유한 가지 전통 요리들을 가지고 있다. 가지를 쪄서 간장과 참기름에 무치는 한국식 반찬부터, 가지를 볶고 졸여 먹는 일본식 가지 요리들. 특히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생산된 가지를 가장 많이 수입해 갈 만큼 가지 사랑이 남다르다. 또 가지와 토마토소스를 활용한 세계의 요리들은 어떤가?

가지와 토마토는 다른 식물에서 매달린 열매이지만 마치 하나의 영혼을 공유한 사이인 것처럼 요리에서 하나가 된다. 이런 비밀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나라마다 가지와 토마토 요리를 만들어냈다. 프랑스의 라따뚜이, 이탈리아의 가지 롤라티니, 그리스의 무사카, 튀르키예의 이맘 바이르디까지, 이것만 해도 가지와 토마토가 최고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가지로 만드는 요리들만 모아도 두꺼운 백과사전에 담겨도 될 만큼, 가지는 그만큼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가지 패티와 가지 패티 버거
이렇게 가지가 특별한 존재가 된 데에는 특별한 질감 덕분이다. 가지는 스펀지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 질감 덕분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요리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한정된 재료로 요리를 해야 하는 비건 요리에서 더욱 환영받는다. 내가 가지로 가장 자주 해 먹는 요리는 비건 요리는 '가지 패티'다. 가지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익혀 수분을 제거하면 하나의 반죽처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다진 병아리콩, 마늘, 양파, 약간의 밀가루와 소금, 후추를 넣어 뭉쳐주면 식물성 패티가 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지글지글 구워내면 구워진 모양새도 햄버거 속 패티 딱 그 느낌이다. 작게 만들어서 빵가루를 묻혀 구워주면 팔라펠이 되고, 기름에 튀기면 크로켓도 만들 수 있다. 그뿐인가, 가지를 슬라이스해서 굽다가 간장, 미림, 설탕을 섞어 졸여주면 흡사 장어구이 같은 초밥도 만들 수 있다. 이때부터는 가지는 가지를 넘어선 무엇이 된다.

단 한 가지, 가지 요리를 할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색깔'이다. 가지는 보라색이 여러 겹으로 중첩된, 짙은 보랏빛의 검정으로 보인다. 보라색 영혼을 가진 검정인 것이다. 그러나 보라색 영혼은 어찌나 연약한지, 가지에 열을 가하면 금세 사라져 버린다. 보랏빛 영혼이 빠진 가지는 빛을 잃은 낙엽 같은 갈색의 존재로 남아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가지 요리는 맛있지만, 보라색이 사라진 가지 요리는 왠지 아쉬움이 있다.

그럴 땐 '식초'를 사용하면 된다. 식초로 보라색 영혼을 붙잡아둘 수 있다. 식초 물에 담갔다가 조리를 시작하거나, 볶을 때 레몬즙이나 식초를 조금 넣어주면 가지의 보랏빛이 더욱 생생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어쩐지 보랏빛 영혼을 간직한 가지 요리를 먹는다면 신비로운 효험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한의학에서 가지는 냉한 기운을 가진 채소라 한다. 무더운 여름의 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여름에 즐기기 딱 좋은 채소다. 가지는 식이섬유가 많고 칼륨이나 망간과 같은 무기질, 비타민 B2 섭취가 가능하다. 그리고 가지의 항산화 성분들은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가지의 항산화 성분을 가장 손실 없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찜기에서 찌는 것이다. 몸의 안과 밖이 모두 무더운 8월. 아무리 부채질해도, 선풍기를 틀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을 때 시원한 가지 여름 요리로 버텨보자. 여름에 먹기 좋은 가지 요리들을 준비했다.
 

시원한 가지 여름 요리

1. 보랏빛 가지찜 샐러드

선명한 가지의 보랏빛 영혼을 간직한 요리다. 식초 물에 담가 찜기에 쪄내 보라색을 살리고, 올리브유와 레몬즙으로 만든 상큼한 드레싱을 부어 먹는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먹으면 간도 잘 배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약간 식힌 다음 바로 먹으면 웜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정고메 스프카세 썸네일 
- 재료: 가지 200g, 양파, 파프리카, 쪽파 약간, 물 500ml와 식초 2T
- 드레싱: 올리브유 1.5T, 레몬즙 1T, 간장 1/2T, 설탕 1/2T, 소금 1/2t, 후추

*1T는 밥숟가락에 평평하게 담은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가지는 손가락 세 마디 길이로 썰고 8등분 한다. 물에 식초를 넣고 가지를 5분간 담가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찜기에 넣고 1분 30초 동안 찐 다음 체에 밭쳐 식힌다. (물로 씻으면 갈색으로 변하지 씻지 않는다.) 접시에 가지를 담고 드레싱을 모두 섞고 끼얹어주면 완성.

2. 가지절임과 냉 오차즈케

가지만 미리 재워두었다면 3분 안에 완성되는 초간단 요리, 게다가 몸도 3분 안에 급속 냉각되는 느낌이다. 일본의 오차즈케처럼 가루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 어떤 차든 우려서 시원한 물과 얼음을 넣으면 된다. 보리차도 좋고, 메밀차, 우롱차도 맛있다. 팁이라면 바로 지은 따끈한 밥을 넣으면 밥의 찰기가 더욱 잘 느껴진다. 시원하게 먹으면서 미식까지 챙길 수 있는 메뉴.

정고메 스프카세 
- 재료: 밥 1그릇, 가지 160g, 표고버섯 약간, 시원한 차 300ml, 마른 김 약간
- 양념: 진간장 2.5T, 물 3T, 맛술 1T, 식초 1/2T, 설탕 1/2T, 다시마 작은 조각 1개, 생강 약간, 페페론치노 약간

녹차나 차 종류는 따뜻한 물에 우린 후 시원한 물과 얼음을 섞어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 가지는 반으로 가르고 겉면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고,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어낸 뒤 채 썰어 예열한 팬에 노릇하게 기름 없이 굽는다. 밀폐용기에 양념을 모두 섞고 녹을 때까지 저어준 뒤, 구운 가지와 표고버섯을 넣고 3시간 이상 담아둔 다음 먹는다. 그릇에 밥을 담고 차가운 차를 부어준 뒤 가지와 표고를 올리고 김가루를 올려 밥과 함께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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