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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갤러리'서 또 터진 집단 성범죄…이번엔 '히데팸'? [스프]

김보미 기자

입력 : 2024.08.22 09:00|수정 : 2024.08.22 09:00


김보미 핫스프 썸네일김보미 핫스프
지난해 4월, 한 여중생이 강남 고층 빌딩에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SNS 라이브를 하던 상황에 벌어진 일이라 큰 충격을 자아냈습니다. 그 후, 여중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습니다.

그 중심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가 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안에는 스포츠, 연예 등 여러 주제의 갤러리가 있는데, 그중 우울증갤러리는 우울증을 주제로 익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우울증갤러리에서 해당 여학생이 성인 남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여학생은 사망 한 달 전,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으로부터 성착취물 제작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내막이 알려지자, 경찰은 TF를 꾸렸고 여러 제보를 토대로 이른바 '신대방팸', '신림팸'이라 불린 집단을 찾아내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밝혀냈습니다. 모두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나 일종의 '팸'을 꾸리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술과 약을 같이 먹는 '약술'을 하며 향정신성 약물을 오남용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변한 게 없어요"... 또 터진 집단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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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비슷한 집단성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신대방팸, 신림팸에 이어 '히데팸'이라 불리는 새로운 집단이 문제가 된 겁니다. 닉네임 '히데'라는 20대 남성을 주축으로 2-30대 성인 남성들이 미성년 여학생들을 상대로 의제강간, 폭행, 갈취 등을 해왔다는 증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더 나아가 정신을 잃거나 환각 효과를 느끼게 한다고 알려진 이른바 '술피뎀'(술과 졸피뎀을 함께 복용하는 행위)을 강요했다는 의혹들도 제기됐습니다.

취재 결과, 이들은 우울증갤러리에 대한 반짝 수사가 있고 난 후인 지난해 말에 결성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울증갤러리에서도 활동을 하지만, 주로 '울스타'라고 불리는 다른 SNS 단체 대화방에서 서로 친분을 쌓아갔습니다.

'히데'라는 남성의 자취방인 인천의 한 오피스텔, 이른바 '히데하우스'라 불리는 공간이 아지트였습니다. 몇몇 멤버들은 이곳에서 한동안 숙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들이 지목한 가해 남성들은 5명 이상으로, 가출을 하거나 갈곳 없는 10대 여학생들에게 '밥을 사주겠다', '재워주겠다'며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이들 중 4명은 피해자들로부터 의제강간과 폭행 등의 혐의로 피소된 상태입니다.
 

"보복할까 두려워"... 초등학생 피해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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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있어서 검색하다가 우울증갤러리를 알게 됐어요."
"친구도 많이 없어서 친구를 사귀려고 갔다가…."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었는데 '재워주겠다', '밥 사주겠다' 해서…."


취재진이 파악한 피해자들은 최소 5명 이상으로 대부분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입니다. 가장 어린 피해자로는 12세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가정 환경이나 진학 스트레스 등으로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상태였습니다. 기댈 곳을 필요로 하던 취약한 학생들이었는데, 모두 가해 남성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습니다.

사건 당시 16세였던 A 양은 "진학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던 참에 지난해 뉴스가 떴을 때 궁금해서 우울증갤러리에 들어갔다가 가해 남성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는 말에 친구와 방문했다가 술을 한 잔 먹고 정신을 잃었고 그사이에 한 남성으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토로했습니다.

14세 B 양은 더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히데팸' 멤버 중 한 명과 알고 지내던 중에 '히데하우스'를 방문했다가 두 남성으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당했고, 그 이후에 임신과 불법 낙태까지 겪어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6세 C 양도 "30대 남성이 자주 술을 먹고 폭행을 했고, 문제 제기를 하면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며 무마하려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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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수사기관 등 외부에 알리려는 피해자도 있었지만, 혹시나 가족이나 학교에 알려질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가해 남성들이 성 관련 촬영물을 소지한 경우도 있어 유포나 보복을 할까 봐 침묵을 지키려는 피해자도 여럿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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