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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내고 도주한 50대 운전자…'기억상실' 인정받아 무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8.14 16:20|수정 : 2024.08.14 16:20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뇌전증 발작으로 사고 당시 기억을 잃은 정황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사고 후 미조치(도로교통법), 도주치상(특가법) 등 혐의로 기소된 A(55) 씨에 대해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도주치상 혐의는 공소 기각 결정을 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4월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인근 도로에서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다 앞선 모닝 차량 후미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모닝 차량은 사고 충격에 앞으로 밀려나 도로 연석에 부딪혀 전복됐고, 피해 차량 운전자는 6주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A 씨는 "뇌전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고 당시 물리적 충격에 부분 발작이 발생해 기억이 소실돼 사고 사실을 몰랐다"며 "뒤늦게 지인이 알려줘 차량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가 사고 발생으로 뇌전증 발작이 일어나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검토한 증거에 따르면 A 씨는 모닝 차량을 들이받고 몇초간 서행하다 평온하게 주행하며 현장을 이탈해 도주하는 운전자로 보기에는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또 모닝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당한 후 앞으로 빠르게 밀리자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연석과 충돌 후 전복해 A 씨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도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A 씨의 지인도 "사고 직후 만난 A 씨 차량이 심하게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고 말해줬더니, 피고인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A 씨가 최초 전방 주시의무 위반으로 사고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특례법상 이 부분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기각 결정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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