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트럼프 캠프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싫어합니다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8.13 09:01|수정 : 2024.08.13 09:01

[뉴욕타임스 칼럼] What the Polls Say About Harris That the Trump Team Doesn't Like, by Kristen Soltis Anderson


0813 뉴욕타임스 번역
 
* 크리스텐 솔티스 앤더슨은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로,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의 포커스 그룹 조사를 맡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대 도널드 트럼프'로 새로 짜인 대선 구도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하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별거 아닌 거라며 깎아내리는 작업도 덩달아 시작됐다.

트럼프 캠프에서 데이터 컨설팅을 맡고 있는 팀 세일러는 전국적으로 해리스가 지지율에서 1%P 앞서고,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내용의 최신 CBS와 유거브(YouGov) 여론조사 결과를 곧바로 문제 삼고 나섰다. 트럼프와 밴스 캠프가 공개한 내부 문서에서 세일러는 다음과 같이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의 1대1 전국 지지율에서 오차 범위 내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 CBS 뉴스와 유거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는 전적으로 이념(에 대한 가중치)을 크게 바꾸면서도 나이와 지지 정당, 인종에 대한 가중치를 그대로 유지하여 조작이 없는 것처럼 꾸민 방법론적 결정의 결과물이다. 이런 식의 조작이 없었다면 8월 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1대49의 우위를 유지했을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가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합주 상황을 분석한 방식에 대해 흥미롭고, 또한 잠재적으로 논쟁적인 부분이 많지만, 오늘은 일단 세일러의 주장이 타당한지 분석해 보자. 그는 해리스가 우세하게 조사 결과가 나온 이유가 전적으로 특정 요인은 그냥 두고 특정 요인만 바꾼 "방법론적 결정"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결정"이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려졌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임 자문 브라이언 휴즈는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여론조사를 "국가적 가스라이팅 캠페인"이라고 명명했다.)

나를 포함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조사를 수행할 때 우리는 응답자들이 인구 전체의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알려진 유권자 구성의 기준치에 따라 데이터를 조정한다. "가중치"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시에나대학 여론조사에서는 10여 개 기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이는 잠재적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적용되는 추가 모델링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유권자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다.

나이나 인종과 같은 요인에 대해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은 업계 표준일 뿐 아니라 우수한 조사 관행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설문조사에 지지 정당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 역시 최근에는 꽤 흔한 일이다. 물론 논란의 소지나 복잡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나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절대로 바뀌지 않지만, 누구나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어제까지 지지하던 정당을 더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특정 정당 지지자들을 과대 또는 과소 샘플링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가를 두고 치열하고도 우호적인 논쟁을 벌이곤 한다. (물론 애초에 표본을 잘못 추출할 때도 있다.)

지지 정당과 달리 이념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상수로 두는 요인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어떤 유권자에 대해 나이가 얼마나 들었고, 얼마나 남성이고, 얼마나 민주당 당원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기준치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이념은 당적보다도 더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도 내부 여론조사에서 이념을 가중치로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이번 CBS와 유거브의 조사가 이념 가중치를 바꿈으로써 결과를 조작하려고 한 유별난 사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선거처럼 대선 후보가 선거를 얼마 안 남겨두고 교체되는 것과 같은 큰 사건 이후에 더 많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갑자기 의욕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면 잠재적 유권자 가운데 중도 내지 진보, 더 선명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더 높게 예상해 비중을 조금 높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바뀌면서 여론조사 기관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트럼프 대 바이든 (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구도의 대선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유권자들이 해리스의 등장으로 인해 대선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여론조사 업계는 달라진 세상에서 잠재적인 유권자가 어떤 모습일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가 진보 성향 유권자의 비중을 높여서 해리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팀 세일러의 지적은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잠재적 유권자층이 조금 더 진보 쪽으로 이동한 정치적 변화의 순간을 반영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고, 이는 트럼프 캠프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CBS 여론조사 결과가 특별히 튀는 것도 아니다. 공화당 측 여론조사 기관인 '파브리치오, 리 앤 어소시어츠(Fabrizio, Lee and Associates, 트럼프의 여론조사 담당자 토니 파브리치오의 회사이기도 하다)' 역시 월요일에 CBS 뉴스 측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두 후보가 동률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