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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주'하는 전기차 화재, 잘 퍼지는 이유는 이것 때문 [스프]

권애리 기자

입력 : 2024.08.09 10:24|수정 : 2024.08.09 10:30

[뉴스스프링]


권애리 뉴스스프링
최근 인천의 벤츠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곧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전기차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는 '열폭주'는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의 장비로는 초기 진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재차 확인됐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전기차 안에서 배터리들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나가는 현상이 열폭주인데요,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서 상당히 차이가 크다는 게 소방연구원의 실험 결과입니다.

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담긴 전기차 화재 실험을 보면 전기차에 설치된 배터리 팩에서 맨 바깥쪽 배터리에서 일어난 과열이 전체로 번지는 데에 100% 충전된 차에서는 7분 50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충전이 반만 돼 있으면 31분 59초가 걸렸습니다. 배터리가 얼마나 충전돼 있느냐에 따라서 열폭주가 퍼지는 시간에 차이가 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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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환경이라 실제 전기차 충돌 시의 화재 사고는 보통 이것보다는 느리게 번진다고 소방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배터리의 충전율이 20% 밑일 때는 전기차 내부에서 불이 나더라도 그냥 자체적으로 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불이 나면 불꽃은 원래 위로 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람이 따로 없다면 주로 위쪽으로 불길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서 붙은 불은 방출되는 압력과 함께 나오는 가스로 인해서 불길이 옆으로 수평으로 번지는 성질이 있다고 소방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이번 청라 아파트 벤츠 전기차 사고 전에도 2022년 2월에 부산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비슷한 전기 승합차 화재 사고가 있었는데요.

소방연구원이 찾아낸 당시 상황을 보면 완전 충전돼서 주차돼 있다가 처음 불이 난 차에서 양옆의 차량들로 불이 번지는 데 딱 4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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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랐던 이유는 지상 주차장이지만 외벽이 있어서 해당 전기차에서 이미 방출돼 있던 가스가 이 외벽에 막혀 남아 있었고, 폭발이 일어나자 바로 불꽃이 빠르게 번졌다는 겁니다.

배터리 특성, 충전 상태, 또 구조에 따라서 불이 번지는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내연차보다 불이 빠르게 번지기 쉽다는 게 소방연구원의 분석이고요.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전기차 열폭발이 발생했을 때, 함께 나오는 가스가 고여서 바깥에서보다 더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 거죠.
 

한 걸음 더

지금 많이 쓰는 진화 장비로는 전기차 화재를 쉽게 진압할 수 없는 이유도 분석됐습니다.

분말소화기는 열폭주가 일어난 배터리에 침투를 못 하고,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는 차량 내부에서 산소와 가스가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엔 소용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결국 전기차 주변으로 빠르게 물을 가둬서 차를 침수시키는, 그래서 배터리를 식히는 이동식 소화 수조가 현재로선 제일 효과적이지만요,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초기 진화에 쓰긴 어렵다고 소방연구원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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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17년에 처음 발생했습니다. 그 후 5년간 국내 전기차 수가 15배 넘게 늘어나면서 2022년엔 44건, 지난해엔 72건의 전기차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비중은 대체로 7대3 정도, 10대 중 3대꼴로 수입차인데요. 2020년에서 2022년까지 3년간 발생했던 전기차 화재 건수 79건을 전수 살펴봤더니 국산차가 73건, 수입차가 6건이라는 게 소방청 집계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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