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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20대 한인 여성, 경찰 총격에 사망…유족 "경찰, 과잉대응"

손기준 기자

입력 : 2024.08.09 02:17|수정 : 2024.08.09 02:17


▲ 한인 여성 총격 사건 관련 기자회견하는 뉴저지한인회

미국 뉴저지주에서 조울증을 앓던 20대 한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조울증을 앓던 한인이 아파트에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현지 한인사회에 공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한인회와 피해자 측 변호사, 뉴저지주 검찰 발표 등을 종합하면 뉴저지주 포트리 아파트에 살던 빅토리아 이(26)씨가 지난달 28일 새벽 1시 25분쯤 자택으로 출동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사건 당시 이 씨 가족은 조울증 증세가 심해진 이 씨를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옮기고자 911에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911 대응요원은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가족에게 알렸습니다.

이 씨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말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택배 상자를 열 때 사용하는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쥐었고, 이에 가족은 경찰이 상황을 오해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실을 추가로 911에 알렸습니다.

이 씨는 평소 폭력 성향을 보이지 않았고, 주머니칼은 남을 위협하려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게 이 씨 유가족의 설명입니다.

구급대원이 부재한 채 경찰만 출동한 상황에서 상황 악화를 우려한 이 씨 가족은 출동한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이 씨가 진정되길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현관을 부수고 이 씨 집에 진입했고, 당시 19리터짜리 대형 생수통을 들고 있던 이 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습니다.

총알은 이 씨의 흉부를 관통했고 이후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1시 58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뉴저지주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칼을 수거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씨 유가족은 경찰이 문을 부수고 진입할 당시 주머니칼은 이 씨의 손이 아닌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씨는 문을 부수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껴 물통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경찰이 진입 후 이씨를 보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습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출동 경찰을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는데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과잉 대응을 했단 겁니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발생 1주일 후 총격을 가한 경찰관의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사건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뉴저지한인회와 이 씨 유가족 변호사는 7일 한인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디캠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주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한인회는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의 요청에 경찰이 무력을 먼저 사용한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용(사망 당시 40세) 씨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한인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LA 경찰국(LAPD)이 공개한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양 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난 뒤 양 씨를 맞닥뜨린 지 약 8초 만에 "그것을 내려놓아라"(Drop it)고 외치며 현관문 앞에서 총격을 3차례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진=뉴저지한인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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