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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일거리 사라져"…쪽방에 갇혀 땀만 줄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8.07 05:39|수정 : 2024.08.07 05:39


▲ 남수동 쪽방촌 내부

"창문으로 바람도 안 들어오고 여기 앉아있으면 얼마나 더운지 말도 못 해요."

어제(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의 한 쪽방촌에서 주민 김 모(62) 씨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윗옷을 입지 않은 채 주저앉아 한숨 쉬듯 말했습니다.

김 씨가 사는 쪽방촌은 지어진 지 60여 년 된 단층 주택의 13개 방에 사람이 하나둘 들어와 살며 생겨났습니다.

4평짜리 방 하나가 전부이지만 13개 방이 만실입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올해 이곳 쪽방에는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이날 오후 2시 바깥 기온은 34도인데 온도계로 측정한 김 씨의 방 내부 온도는 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32.6도였습니다.

창문이 하나 있지만 폭이 50여㎝에 불과하고 창문 밖은 바로 담벼락이어서 창문을 열어놔도 바람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비좁은 방을 냉장고와 TV, 옷가지가 채우고 있어 더 좁게 느껴졌지만, 삐걱삐걱 힘겹게 돌아가는 선풍기 한 대는 이 공간의 열기조차 식히지 못하는 듯 김 씨의 얼굴과 드러낸 상반신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조명 일을 하는 김 씨는 평일 한낮임에도 일거리가 없어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일거리가 다 사라졌다"며 "일을 하지 못한 게 언제부터인지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고 지금도 아픈 곳이 많아서 사실 일거리가 있어도 이 더위에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시간 옆방에 사는 김 모(63) 씨도 반바지만 입은 채 선풍기가 돌아가는 방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틈틈이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방에서만 시간을 보냅니다.

그는 "이곳에서 산 지 3년 정도 됐는데 올해는 더 더운 것 같다"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켰습니다.

쪽방촌 주인 한 모(80) 씨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살라고 보증금은 받지 않고 월세만 25만 원 받는데 대부분 늙고 지병이 있어서 올해처럼 폭염이 이어지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고 전했습니다.

팔달구청과 남수동 주민센터 측은 이날 이곳 쪽방을 둘러보며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지원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쌀, 라면, 김치 등과 명절 물품 지원, 화재·폭우 대비책 점검 등은 수시로 하고 있는데 최근 폭염이 계속되는 만큼 이곳 주민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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