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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내 계좌 뒤흔든 건 일본은행의 실수?…"일본은행, 시장 앞에 겸손해야"

권애리 기자

입력 : 2024.08.07 09:11|수정 : 2024.08.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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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7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오늘도 세계 증시 소식 짚어봐야겠죠. 이제 위기가 지나가는 게 아니냐 이런 전망이 있기도 하지만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 이런 말도 나온다고요. 

<기자>

당장 일본 안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입니다.

일본은행은 경제지표와 시장 앞에서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은행이 왜 우리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는데 핵심적인 요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가, 먼저 지난주부터 자주 들리는 말 '엔 캐리 트레이드'란 용어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각 나라들의 금리차를 이용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20년 가까이 문자 그대로 돈값을 거의 치르지 않고 이자를 거의 내지 않고 돈을 빌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 돈을 빌려서 미국으로 가져가서 달러로 바꾸면 그냥 기준금리로만 놓고 봐도 지금 이자를 5.5%까지 받는 게 가능하죠.

이런 게 바로 엔화로 하는 금리차 투자 엔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개인들에게도 눈앞에 돈 벌 기회가 명확히 보이는데 대형 금융기관들, 투자사들, 얼마나 그동안 엔화를 많이 빌려서 전 세계에 투자를 많이 했을까요.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20조 달러어치, 우리 돈으로 무려 2경 7천조 원 규모는 될 거란 추정을 세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비롯한 세상이 일본의 금리 정책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겁니다.

세계 자본시장이 엔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엔화가 세계 곳곳에 돈을 공급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차하면 그 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공포만으로도 세계 자본시장 곳곳이 흔들릴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금리가 싼 일본 돈을 빌려서 해외에 투자해서 번 이익을 회수하려는 과정에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일본 국책은행이 비판받는 이유는 어떤 것 때문입니까?

<기자>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변경할 때는 방금 앵커가 얘기한 것과 같은 그런 시장 충격, 예상되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율이 필요하겠죠.

일본은행이 지난주 수요일에 기준금리를 3월에 이어서 넉 달 만에 추가로 올린 것도 대체적인 예상보다는 빠르게 나온 조치였는데요.

일본은행 총재가 그 이후에 기자회견에서 강경하게 들리는 말들을 이어갔습니다.

경제와 물가 전망이 예상과 일치하는 추세가 이어지면 금리를 또 올리겠다고 강조한 겁니다.

방금 올린 금리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 또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바로 한다.

일본의 금리가 급하게 오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일주일 정도 사이에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8%나 튀어 올랐습니다.

사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일본은 그동안 엔화를 싸게 만들어서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큰돈을 벌어들이고 경기를 띄워왔습니다.

하지만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이나 국민 개개인들은 수입 물가가 오르는 체감 고통이 상당하다 보니까 지금 일본 정부가 인기 없는 데는 엔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한몫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음 달에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 쪽에서 일본은행을 압박하는 발언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본은행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지 못한 거 아니냐, 일본은행의 실책 뒤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얘기가 일본 안에서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일본답지 않게 통화정책 전환이 급하니까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자본시장이 강한 자극을 받았고요.

일본 증시를 떠받쳐 온 수출 대기업들의 주가 전망도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일본 증시도 우리처럼 이번 주 월요일에는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가 어제는 역대 최대폭으로 오르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널뛰기 장세에 노출됐습니다.

결국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정치적인 눈치를 보다가 나온 정책실패 아니냐 이런 비판론이 세계에 대두된 겁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보는 눈이 많아졌으니 일본은행이 앞으로는 좀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 같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은 운용하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가 벌써 나옵니다.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자본시장이 흔들린 데는 일본 요인이 적지 않다.

일본이 통화정책을 서둘러 운용했고 그게 정치적 인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인 만큼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좀 좁아진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이 실수를 좀 했다고 보고 있고요. 우에다 총재 의도가 너무 과하게 시장에 전달된 것 같아요. (일본) 정부도 너무 강하게 엔화 강세를 요구한다는 식으로 됐고, 일본은행이 제어를 좀 해 줬어야 하는데 정부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고 추가적으로 더 긴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게 (시장 혼란의) 방아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일본뿐 아니라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든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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