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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법정에 선 최고의 변호사, 그도 피할 수 없었던 것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8.07 09:00|수정 : 2024.08.07 09:00

[취향저격] 흥미로운 이혼 법정이 또 펼쳐지다 - 드라마 <굿파트너> (글 :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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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나오는 드라마 장르가 법정 드라마와 의학 드라마다. 그만큼 인기가 있고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장르다. 어떤 식으로 서사가 진행될지 그림이 먼저 그려지는 장르이기도 하다. 드라마 작가는 기존 드라마의 서사를 뛰어넘어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겠지만 드라마 시리즈는 대부분 원형을 바탕으로 변주한다.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고 비슷한 결말이 예상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가 기적 같은 반전으로 바뀔 때의 쾌감을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법정 드라마와 의학 드라마는 그런 효과에 많이 기대는 장르다. 이런 장르에는 주인공의 천재적인 재능이 드라마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그래서 법정 드라마에는 스타 변호사가, 의학 드라마에는 스타 의사가 있다. 그런 천재성이 얼마만큼 설득력과 친화력을 얻느냐가 드라마 성공의 관건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굿 닥터>의 주인공은 자폐인이지만 자폐 자체보다는 서번트 신드롬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굿파트너>는 여러 형태의 이혼 소송을 다루면서 법정 드라마의 정석대로 전개되고 있다. 작년에 JTBC에서 방영했던 조승우 주연의 <신성한 이혼>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비교가 된다. 의학 드라마처럼 법정 드라마도 같은 장르의 기존 드라마와 차별되는 포인트를 둔다. <신성한 이혼>은 불리한 상황에 있는 이혼 소송을 기적적으로 승소로 이끄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다른 법정 드라마와 비슷하지만 코믹한 요소를 가미해 재미를 주고 엄마를 잃은 조카에 대한 삼촌의 애틋한 사랑으로 감동을 노렸다면, <굿파트너>도 여러 이혼 소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이혼 전문 변호사가 본인의 이혼 소송을 시작하며 겪게 되는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는 차별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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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에서는 승률 최고인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이 중심에 있고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가 들어오면서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매스컴에도 자주 출연하는 스타 변호사 차은경은 일 중독이고 그녀의 관심은 오직 승소에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신입 한유리 변호사는 갈등한다. 소송을 맡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뢰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승소를 위해 모른 척하고 변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법정 드라마에서 직업으로서 변호사가 아닌 개인으로 갖게 되는 양심적인 갈등은 클리셰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 변호사의 임무는 소송에서 고객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온갖 전략을 짜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떻게 주장하고 재판부가 어떻게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이혼 소송은 다른 영역과 다르게 더 애매하다. 부부간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 확보가 힘들다. 두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의 의견도 객관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누구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인지, 누가 더 유책자인지 증명하기도 힘들다. 부부 간의 갈등은 때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그 시작점이 모호할 때도 많다. 부부 간에 서로 말이 다르고 서로 기억하는 부분도 다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가 짜는 전략은 파격적이고 더 흥미롭다.

차은경 변호사가 자신과는 성향이 다른 신입 한유리에게 자신의 이혼 소송을 맡기면서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하고 냉정한 변호사 차은경은 자신의 비서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냉정하게 득실을 따져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는 판단이 서자, 마음을 바꾸고 이혼 소송에 돌입한다. 그리고 차은경은 자신이 원고가 되자, 그동안 숱한 이혼 소송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복수심을 피할 수 없음을 시인한다. 의뢰인의 사건을 맡았을 때와 다른 태도가 흥미를 돋우는 원천이 된다. 차은경과 남편이 서로를 향해 공격의 강도를 높이면서 시청률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정 취향저격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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