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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난민 팀 아프가니스탄 출신 비걸 "갇혀 있어도 꿈 이룰 수 있어"

박재연 기자

입력 : 2024.08.06 06:32|수정 : 2024.08.06 06:32


▲ 마니자 탈라시

2024 파리 올림픽에는 11개 나라에서 온 난민 선수 36명이 12개 종목에 출전합니다.

난민 선수들은 각자 사연이 없는 선수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올림픽 신설 종목인 브레이킹에 출전하는 마니자 탈라시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난민 선수가 신규 종목 브레이킹에 나오는 것도 이례적인데 탈라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띕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가 6일 소개한 탈라시의 사연은 여느 난민 선수들 못지않게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2002년생인 탈라시는 4년 전인 2020년 소셜 미디어에서 처음 브레이크 댄스를 접했다고 합니다.

신기한 춤을 처음 보고서는 사람으로 가능한 동작이라고 믿기도 어려웠다는 그는 무작정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댄스 교습소를 찾았습니다.

탈라시는 "그곳에 남자아이 55명이 있었고, 여자는 나 하나였다"며 "하지만 거기서는 성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평소 학교나 집에서는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항상 들어야 했지만 브레이킹 커뮤니티에서는 '할 수 있어. 불가능이란 없다'는 격려를 받았다"는 것이 탈라시가 브레이킹에 빠져들게 된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됩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댄스 교습소는 문을 닫아야 했고 여성 브레이크 댄서로 성장하던 탈라시는 살해 위협까지 받았습니다.

그는 이때 이름을 페르시아어로 '얻으려고 애쓰다'는 의미의 '탈라시'로 바꾸고 12살 남동생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탈출했습니다.

이후 여권도 없이 방황하는 신세가 된 탈라시는 난민 자격을 얻어 스페인에 정착하게 되고 스페인 북부 작은 마을 미용실에서 일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탈라시의 사연을 전해 들은 스페인 지인들이 브레이크 댄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움을 줬고, 결국 올림픽 난민 재단과 연결되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에 나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탈라시는 "탈레반이 무서워서 난민 팀으로 올림픽에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을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여성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내가 올림픽에 나온 것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용기와 비록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탈라시는 "앞으로 아프가니스탄도 다른 나라들처럼 밝은 미래가 있기를 바란다"며 "탈레반이 물러나면 언젠가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소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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