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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만 봐도 불안"…화재 이재민 트라우마 '심각'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8.06 08:08|수정 : 2024.08.06 08:08


▲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복구 작업이 완료돼도 불안해서 집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5일 인천시 서구 청라동 경명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된 40대 주민은 앞으로의 대피소 생활을 더욱 걱정했습니다.

초등학교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다는 그는 "이번 주에 수도·전기가 공급된다고 들었는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며 "수도·전기가 다시 공급돼도 분진과 유해 물질이 집 안에 가득해 아이들을 언제 데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지인들한테 신세 지는 일도 하루 이틀이지, 대피소에서 생활은 하고 있지만 모든 일상이 망가졌다"며 "아이들만 겨우 학원에 보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집을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낮 12시 기준 경명초 대피소에는 26가구 84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정전과 수도 공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입니다.

대부분 이재민이 출근해 빈 텐트가 많았지만 어린이와 부모 등 10여 명이 머물며 식사하거나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최상층에 사는 한 40대 입주민은 "소파와 식탁 등이 분진으로 까매졌고 다른 가재도구들도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번 화재로 인해 주차된 전기차나 충전소만 봐도 겁이 난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화재 피해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기·수도가 끊긴 피해 세대라고 밝힌 작성자는 "(당시) 새벽에 방송을 듣고 잠옷 바람에 아이를 깨워서 겨우 수건으로 코와 입만 막고 뛰어 내려왔다"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집 앞만 가면 숨이 막힌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작성자는 "물 2L짜리 생수병을 들고 고층인 집을 오를 때면 눈물도 나고 좌절도 온다"며 "이러다 우울증이 올까 봐 걱정"이라고 적었습니다.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이 생수를 받아 가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행정복지센터와 학교 체육관 등 7곳에서 대피소를 운영하면서 피해 주민 421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대피소 등지에서 근무하도록 했으며,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생수·도시락·마스크·구급약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해 서구 청라동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연수원인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임시 대피소 100호실을 운영합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습니다.

이 불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타고 100여 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습니다.

1천581세대 규모 아파트의 전체 세대에는 이날까지 5일째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아파트 5개 동 480여 세대에는 전기 공급까지 끊기면서 폭염 속 승강기나 냉방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구는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을 오는 오늘(6)∼7일로 예상하면서도,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초 오는 8일로 예정된 합동 감식 일정을 앞당겨 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했습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화재로 인한 단전·단수가 5일째 이어지며 400여 명이 무더위 속에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며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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