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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관식' 마친 안세영 "샴페인 흔들며 들어갈래요"

배정훈 기자

입력 : 2024.08.05 21:37|수정 : 2024.08.05 21:37


▲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한국 안세영

"이제야 숨이 쉬어지네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진정한 배드민턴 황제로 우뚝 선 안세영의 첫 마디였습니다.

안세영은 오늘(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꿈이 이뤄지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안세영은 중국의 허빙자오를 2대 0으로 제압하고 한국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의 방수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 단식 정상에 섰습니다.

만 19세였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 8강에서 탈락했던 그는 3년 사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여자 배드민턴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스물둘 나이에 진정한 황제가 됐습니다.

무릎 부상에 시달려 쉽지만은 않았던 여정을 떠올리며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 때문에 올라서지 못할 때가 가장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매 순간이 두렵고, 걱정이었다. 숨을 못 쉬고 힘든 시간을 참아왔다"면서 "숨통이 트이고 환호하는 순간이 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건 결국 부단한 노력이었습니다.

안세영은 "다짐한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하겠다고 생각해 계속 저를 몰아붙였다. 부상으로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절대 깨지 않았던 건 새벽-오전 오후에 계속 달리고 사이클과 체력 훈련을 한 것"이라며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게 금메달의 키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올림픽은 이변이 많은 대회라 사소한 변수 하나까지도 생각하며 준비했고, 어떤 변수도 다 잡고 싶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에도 운동하며 모든 순간을 다 대비했다"면서 "제 방법이 틀렸을 수 있겠지만, 증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버텨준 '무릎'에는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에게 미움 살 뻔했다"는 짧은 한마디로 토닥였습니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낭만 있게' 정상에 서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온 안세영은 금메달 확정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아낸 뒤 특유의 무릎 꿇기와 '금메달 키스' 등 세리머니로 자신만의 낭만을 만끽했습니다.

안세영 금메달 (사진=연합뉴스)
그는 "짧은 세리머니였지만 충분히 낭만을 느낄 수 있었고, 참아 온 많은 것을 표출할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등에도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며 겸손해했던 그는 "전성기라고 하기엔 어려서 그랬다"며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전성기 경신'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최대 이런 많은 기록을 써내려 가는 게 다음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유지해 나가야 할 또 다른 임무가 생겼지만, 안세영은 일단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참입니다.

'메달 획득을 어떻게 자축할 계획인가'라는 기자회견 질문에 그는 "제가 상상력도 풍부하고 해서인지, 일단 한국에 갈 때 샴페인을 흔들며 들어가고 싶다"며 웃었습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쏟아지는 방송·광고 등 제안에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다"라며 모두 거절하고 '목표'를 위해 달려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그는 가장 큰 목표를 이룬 이젠 조금 여유가 생긴 듯했습니다.

관련 질문에 "이제는 좋은 제안이 들어온다면"이라고 답한 안세영은 "좋은 제안 많이 해 주세요"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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