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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에 부산 행복주택 선착순 신청…수천 명 대기행렬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8.05 14:10|수정 : 2024.08.05 14:47


부산 행복주택 현장 접수를 위해 사람 몰린 부산도시공사 (사진=연합뉴스)
▲ 부산 행복주택 현장 접수를 위해 몰린 사람들

"이렇게 더운 날씨 속 수천 명의 시민을 몇 시간 동안 야외에 방치시키면 어쩌자는 겁니까."

오늘(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공사 본사 앞에는 현장 접수를 해야 하는 탓에 시민 수천 명이 아침 일찍부터 몰렸습니다.

부산도시공사는 오늘 오전 8시까지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시청 앞 행복주택 2단지, 경동 포레스트힐 행복주택 아미에 대한 추가 입주자를 추첨으로 선정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폭염경보로 33도가 훌쩍 넘는 뙤약볕에서 신청자들이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건물 로비에도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한 입주 서류로 연신 부채질했습니다.

부산 행복주택 접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
오늘 아침에는 한 때 인근에 있는 부암역까지 수백m의 대기 줄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현장이 정리되지 않자 경찰 수십 명이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3∼4시간째 기다리던 한 여성은 더위에 지친 탓에 갑작스럽게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공급 대상이 청년, 고령자 등으로 구성돼 현장에는 임신부나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오전 7시부터 현장에 와 대기표 1번을 받았다는 A 씨는 "공사 측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지 모르고 500여 명의 대기표를 준비했다고 한다"며 "오전 8시가 넘어도 직원 1∼2명만 나오는 등 행정적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찜통더위가 며칠째 이어지는 데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어르신이나 장애인도 많은데 공기업의 대응이 너무 부실했다"고 항의했습니다.

부산 행복주택 현장 접수를 위해 사람 몰린 부산도시공사 로비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는 B 씨는 "제대로 된 상황 설명도 하지 않아 무더운 날씨에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연신 땀을 닦아 냈습니다.

그러면서 "폭염에도 최소한의 그늘막, 물 제공 등의 조치를 안 하고 있다"며 "심지어 줄을 안 서고 새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더라"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부산도시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로 공고문을 다시 올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 온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공평성 문제 때문에 오늘 모집은 일단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내 다시 공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18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부산은 오늘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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