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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 발탁 8개월 만에 큰 경기 뛴 허웅 "자신감 부족했습니다"

김상민 기자

입력 : 2024.08.04 02:25|수정 : 2024.08.04 02:25


▲ 아쉬워하는 허웅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한국 남자 체조는 그해 12월 안마 종목에 특화한 선수인 허웅을 올해 활동할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했습니다.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야 하는 만큼 종목 특기자를 뽑은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안마는 우리나라의 약세 종목이지만, 허웅이라는 인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습니다.

체조 명문 한국체대를 졸업할 때까지 국가대표 정예 멤버로 한 번도 뽑히지 못한 허웅은 파리행 티켓을 주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 출전해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이집트 카이로 대회에서는 2위, 독일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해 파리행 가능성을 키웠으나 FIG 월드컵시리즈 랭킹 6위에 머물러 자력으로는 올림픽에 갈 수 없었습니다.

대한체조협회는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개인종합의 이준호(천안시청), FIG 월드컵시리즈 마루운동 랭킹 1위 류성현(한국체대) 2명에 FIG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배정한 1장의 출전 몫을 두고 고심 끝에 김한솔(서울시청)을 낙점했습니다.

허웅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대체 후보 선수 1순위가 됐습니다.

협회는 베테랑 김한솔이 마루운동과 도마에서 강점을 보이는 점에 주목해 경험과 메달 획득 가능성을 두루 고려해 그를 대표 선수로 선발했습니다.

그러나 김한솔이 프랑스 출국을 이틀 앞두고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치면서 협회는 결국 '러키 루저'로 허웅을 김한솔의 대체 선수로 뽑아 파리로 보냈습니다.

허웅은 종목별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파리 올림픽 단체전 예선 안마에서 14.900점을 받아 7위로 결선에 턱걸이했습니다.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긴장한 나머지 6.7점의 고난도 기술에도 수행 점수 8.200점을 얻는 데 그친 것입니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허웅은 가장 큰 대회인 올림픽 결선에서도 자신감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안마 결선에서 8명 중 가장 마지막에 출전해 14.300점에 그쳤습니다.

난도는 높았지만, 중간에 몸이 안마 기구에 걸린 바람에 수행 점수가 7.600점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허웅은 "좀 더 자신 있게 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는 "긴장한 게 맞고 왜 못 이겨냈는지 솔직히 잘 모르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면서도 "앞으로 부상 없이 계속 나아갈 수 있다면 1년 안에 진짜 세계의 모든 선수를 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허웅은 "내 키는 178㎝로 안마에 출전하는 키 큰 선수들이 물구나무 설 때 어려워하고, 키 작은 선수들은 안마를 넓게 짚을 때 어려워한다면 난 적당히 커서 기술에서 밀릴 게 없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진짜 쫄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앞으로 해나간다면 경쟁자를 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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