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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숭례문 지하보도서 60대 여성 환경미화원 피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8.02 17:28|수정 : 2024.08.02 17:28


이른 새벽 서울 도심에서 청소를 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7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늘 오전 5시 10분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70대 남성 A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B 씨는 발견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오전 6시 20분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주변 건물의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수사에 착수했고, 오전 8시 50분 A 씨를 동자동 쪽방촌 인근의 한 골목에서 검거했습니다.

A 씨는 무직으로, 쪽방촌 인근 임시 거처에 머무는 노숙자로 추정됩니다.

피해자 B 씨는 중구 용역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으로, 청소 업무를 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A 씨는 지하보도에서 B 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B 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건 발생 현장
지하보도 인근 상인들은 평소 두 사람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상가에서 옷을 파는 70대 상인은 "상인들이 다 퇴근하고 난 후인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청소하는 것 같은데, 둘이 자리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하보도에서 오늘까지 대청소가 예정돼 있었는데, 물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지하보도 벽에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계단 및 통로의 물청소를 실시한다'는 중구청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지하보도에 방치된 개인 물품은 (청소 시작 전인)7월 28일까지 자진 수거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 다른 70대 상인은 "요 며칠 사이 지하보도에 노숙자들이 많이 줄었고, 박스나 텐트 같은 개인 물품들이 치워져 있었다"며 "그런 문제로 둘 사이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지 나흘 만에 또다시 서울 도심에서 흉악 사건이 발생해 시민 불안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회현역 인근에서 외국계 회사에 재직하는 직장인 안 모(30) 씨는 "출근한 후 관련 기사를 봤는데 사건 발생 장소가 회사 근처여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가는데 바깥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숭례문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강 모(33) 씨는 "서울 도심에서 사건이 발생하니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퇴근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도망칠 수 있을지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을지로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 모(32) 씨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자꾸 발생하니 겁이 많아졌다"며 "길을 지나면서 큰 소리가 나면 평소보다 크게 놀라게 되고, '나도 공격을 당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A 씨의 음주·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B 씨의 시신 부검 등도 의뢰할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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