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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혜주, 해리스 수혜주 들썩? 시장의 핵심은 '이것'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8.04 09:02|수정 : 2024.08.04 09:02

[경제자유살롱] 미국 대선의 결과보다는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이 더 중요 (글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한국시간 2016년 11월 9일 아침,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시작됐다. 당시 외신으로 전해졌던 지배적 여론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통상적인 정치적 문법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단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너끈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데 모이고 있었다. 개표 초반부에는 예상대로 힐러리 후보가 앞서 나갔고,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도 무난한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김학균 경제자유살롱
한국시간 오전 10시 전후, 득표수에서 트럼프가 앞서가는 주(州)가 속속 늘어나면서 코스피는 급락세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날 코스피는 장중 고점 대비 4%가 급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나타낸 끝에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특히 통상과 이민 정책 등에서 엿볼 수 있는 트럼프 후보의 배타성은 개방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기술기업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시 애플의 CEO였던 팀 쿡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의 승리를 마주하는 소회를 드러냈다. 이 글에는 트럼프 당선 직후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느꼈던 당혹감이 잘 묻어나 있다.
 
동료 여러분,
저는 많은 분들로부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대등한 표를 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격한 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두 후보자로 나뉜 표심만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팀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어떤 후보자를 지지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다 함께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에 했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날지 못한다면 뛰어라, 뛰지 못한다면 걸어라, 걷지 못한다면 기어라." 이 조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으며, 오직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일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일깨워 줍니다.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지만, 애플의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우리 회사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이곳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동료들의 다양성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출신인지, 무엇을 숭배하고, 누구를 사랑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애플을 하나의 큰 가족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동료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실 것을 권합니다.
앞으로 나아갑시다, 다 함께!
- 2016년 11월, 팀 쿡

김학균 경제자유살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 인물의 백악관 입성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2017~20년 트럼프 집권기 글로벌 증시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한국의 코스닥지수는 35%, 코스피는 21% 상승했다. 주요 증시 중 가장 성과가 좋았던 시장은 단연 나스닥이었다. 트럼프 집권기 나스닥지수는 122% 상승했다. 애플 주가는 317%나 급등했다.

정책의 힘으로 미국 기술주들이 급등했다고 볼 수는 없다.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헤게모니를 미국 기술주들이 쥐고 있었고, 트럼프 집권 4년 차에 엄습했던 코로나 팬데믹은 비대면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면서 이들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플랫폼 비즈니스는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가졌고,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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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인프라 관련주들의 성과는 매우 부진했다. 인프라 투자를 정부 주도로 하기보다 민간 자본과의 매칭에 주력하다 보니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통적인 에너지 섹터에 속한 기업들이 성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트럼프 집권기에 S&P500 에너지 업종 지수는 49.5%나 급락했다.

트럼프 수혜주, 또는 해리스 수혜주들이 횡행하지만, 불확실한 정치적 득실을 너무 따질 일이 아니다. 후보들의 정책이 뚜렷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문한 탓인지 트럼프 후보가 공언하고 있는 감세와 관세 인상이, 어떻게 금리 인하와 연결될 수 있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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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을 원 없이 지출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 출신인 해리스 후보가 미국의 장기적 재정 안정성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불확실하다. '자본주의 황금기'로 불렸던 1950~60년대와 '세계화와 IT 혁명'이 이끌었던 1990년대의 장기 호황이 재정 적자의 확대와 함께 막을 내렸다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급속도로 늘어난 정부 부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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