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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갤럭시 가격 올렸다 '비추 폭탄'…한국 소비자는 '그저 웃지요' [스프]

김종원 기자

입력 : 2024.08.04 09:01|수정 : 2024.08.04 09:01

[귀에 빡!종원]


김종원 귀에 빡종원
최근 새로 발매된 삼성의 갤럭시 Z 폴드와 플립6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국에서는 이들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비추(비추천)'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새 폰의 성능이 나빠서가 아니다. 가격 때문이다. 삼성이 미국에서는 갤럭시 시리즈를 한국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미국 소비자들은 '비싸다'며 "이번 새 폴드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폴드와 플립6 제품의 사전예약 가격을 지난해보다 많이 높였다.

도대체 얼마나 가격을 올렸기에 미국 반응이 이런 걸까? 그리고 삼성은 왜 갑자기 미국에서 가격을 올린 걸까? 삼성의 프리미엄폰 가격 전략을 알아봤다.
 

이번에도 한국이 더 비쌌다

언젠가부터 삼성과 애플은 신제품이 나오면 사전예약 판매를 한다. 이에 맞춰 대대적인 언팩 행사를 하고, 마케팅 역량을 쏟아붓는다. 제품의 판매량이 사전예약 기간에 얼마나 팔렸느냐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전예약 행사는 매번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다른 나라의 혜택과 비교하기가 무척 쉽다. 여기서 '차별' 논란이 나온다. 사전예약 혜택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는 도도한 애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덜한데, 오히려 사전예약 혜택을 이것저것 많이 붙여주는 삼성이 매번 이런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특히 삼성이 한국 기업이다 보니 우리나라 소비자 사이에서 늘 '자국민 역차별'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곤 한다.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이 갤럭시 예약구매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는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이나 일본은 갤럭시 신제품의 사전예약 가격이 한국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 시장을 보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파는 경우가 많다. 출고가는 비슷하지만, 그만큼 사전구매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매번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것인데, 삼성은 이 논란에 의외로 매우 민감하다. 어떻게든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매 제품 출시 때마다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폴드·플립6 시리즈가 나왔을 때에도 '한국이 가장 싸다'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환율까지 고려했을 때, 한국이 3만 원~5만 원 더 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의 삼성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가 있는데, '사전예약 할인 $100' 같은 혜택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빼고 계산을 한 채 기사를 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이 아닌 이런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만큼 삼성이 '역차별' 논란에 예민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한국보다 싸게 파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많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이지, 우리나라에서는 100만 원을 한참 넘는 새로 나온 플립 폰을 45달러에 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시리즈인 플립5까지의 얘기이다. 삼성은 사전예약 기간에 '보상판매' 등의 혜택으로 실제 512GB 플립5를 45달러에 판매했다.

여기서 보상판매가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이 보상판매가 은근히 까다롭다. 만약 전에 쓰던 휴대폰을 보상판매하려면 '민팃' 같은 플랫폼에서 내 휴대폰 정보를 입력해 예상 가격을 받아야 한다. 액정이 깨졌느냐 아니냐는 기본이고, 생활기스가 있느냐 없느냐 등 5~6가지 항목을 체크해야 한다. 여기서 생활기스가 있다 하나만 체크를 하더라도 곧바로 10만 원~30만 원까지 그 중고 가치가 깎여버린다.

하지만 미국은 굉장히 통이 크다. 삼성이 자체적으로 보상판매를 해주는데, 휴대폰이 깨졌느냐(broke) 안 깨졌느냐만 체크하면 된다. 아무리 상처가 많고 부분적으로 고장 났더라도 액정이 켜지고 깨지지 않으면 보상판매 대상이 되며 보상 가격도 그대로 100% 다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그 보상판매 가격도 1천 달러씩 쳐주다 보니 이 보상판매 하나만으로도 새 폰 가격이 확 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은 겉에 커버 액정은 켜지지만 내부 액정은 켜지지 않는 고장 난 폰을 이베이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25달러에 산 뒤 1천 달러를 받고 삼성에 보상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사전예약 할인, 프로모션 할인 등등을 다 합치고 나면 신제품 플립을 45달러에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종원 귀에 빡종원
 

미국에서도 가격 확 올린 삼성, 왜?

삼성이 라이벌 애플을 절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이미지'이다. 애플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고 프리미엄폰' 이미지가 확고하다. 하지만 삼성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당장 미국 시장에서만 보아도 워낙 할인을 많이 해주다 보니 '공짜로 받을 수 있는 폰'이라거나 '싼 맛에 쓰는 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삼성의 깊은 고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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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폰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당장 가격부터 프리미엄으로 가야 하는데,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이렇게 올려버리면 '판매고'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언제 '프리미엄폰' 이미지를 가져갈지 알 수도 없는 일이다. 기약 없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바라보며 당장의 판매량을 포기할 수 있는 임원은 없다. 그러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휴대폰을 팔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삼성이 끝낸 듯하다. 이번 플립6와 폴드6를 출시하며 가격을 8배 정도 올린 것이다. 일단 출고가가 100달러 올랐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예약 할인'의 핵심인 중고 보상 가격도 많이 낮췄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구매 기간에 45달러면 샀던 플립 폰을 올해는 8배가량인 370달러를 줘야 살 수 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무척 싼 가격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스펙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가격이 한 번에 8배가 올랐다고 하니 미국 휴대폰 판매 사이트들에는 비추 폭탄이 달리고 있다. "이번에 플립으로 바꾸려 했지만 포기한다"라는 댓글도 부지기수다. 삼성이 판매량을 포기하고 드디어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올 초까지만 해도 '가격을 올리는 결정은 하기 힘들 것 같다'던 삼성이 왜 갑자기 이렇게 전격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일까? 그 중심에는 이번에도 '애플'이 있다.
 

중국에서 밀리는 애플, 정답을 '폴더블'에서 찾다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만들 거라는 전망은 벌써 몇 년 전부터 나왔다. 대체로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먼저 접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애플도 삼성처럼 전화기를 먼저 접을 것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삼성의 폴더블에 시큰둥해 보였던 애플에 왜 갑자기 이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을까? 바로 중국 시장 때문이다. 삼성이 벌써 6세대 폴더블폰을 선보였지만, 사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이 있는데,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접는 폰에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기자도 뉴욕특파원 생활을 하며 미국에서 4년을 보내는 동안 폴더블 폰을 쓰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유일하게 폴더블폰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이 중국 시장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한데, 중국에서는 최근 '프리미엄폰=폴더블폰'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문제는 이 중국 시장을 화웨이와 오포 같은 중국 기업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전체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마켓쉐어는 15%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삼성이 전 세계에서 매년 판매하는 폴더블폰은 1천만 대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애플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프리미엄폰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혔지만, 최근 폴더블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자리를 중국제 폴더블폰에 내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이폰의 전 세계 출고량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 내 폴더블폰의 판매량이 늘어난 딱 그만큼 아이폰의 판매량이 떨어진 것이다. 폴더블폰의 선구자인 삼성은 그나마 15%라도 먹고 있지만, 아예 제품이 없는 애플은 이 시장에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이 기존 예상을 뒤집고 휴대폰부터 접겠다고 나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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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년 후인 2026년 즈음 폴더블폰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초도 물량 주문이 들어가 있는데, 3천만 대 분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1년에 전 세계에서 1천만 대를 파는데, 처음부터 그 3배에 해당하는 주문을 넣은 것이다.

애플이 폴더블폰에 진출하면 아직 생소한 폴더블 시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덩달아 삼성의 폴더블폰도 함께 잘 팔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경계하는 건, 지금껏 삼성이 개척해 온 폴더블폰의 이미지를 애플이 다 가져가는 것이다. 특히 삼성이 폴더블 저변을 넓히기 위해 그동안 초저가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었는데, 이 틈에 애플이 기존 제품보다도 더 비싼 가격으로 접는 전화기를 내놓는다면 이미지 격차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폴더블폰을 개척한 삼성으로서는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껏 접는 폰에 대한 저변을 확대해 놓고 그 시장을 고스란히 애플에게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에 올인한 삼성

게다가 올해는 올림픽이 있는 해이다. 삼성은 올림픽 공식 파트너이다. 기존에는 선수들이 메달을 따더라도 시상식에는 휴대폰을 반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IOC가 올해는 이 규정을 바꿨다. 공식 파트너인 삼성의 폰만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삼성은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1만 7천 명 선수 전원에게 폴드와 플립 올림픽 에디션을 선물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2주 동안,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무조건 폴드와 플립이 전 세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광고는 없을 것이다.

물론 IOC가 그냥 해줬을 리는 없고 삼성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란 점에서 얼마나 삼성이 올림픽에 올인했는지 알 수 있다.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 올림픽을 이용해 '폴더블폰=삼성'이라는 공식을 못 박고 싶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이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프리미엄폰'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소비자에게 나비효과가 된 미국 가격 인상

문제는 국내 소비자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언제나 미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새 폰을 예약판매해 왔다. 우리나라 소비자만큼 삼성의 플래그십 프리미엄폰에 충성심이 강한 고객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혜택을 조금만 더 줘도 판매량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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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은 이번에 폴드와 플립6를 출시하며 기존에 늘 줬던 혜택마저 없앴다. 바로 저장 공간을 2배 업그레이드해 주는 '더블 스토리지 혜택'을 없앤 것이다. 256GB 가격으로 내도 512GB 휴대폰을 주는 혜택인데, 이 혜택이 미국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폴드·플립6 사전행사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한 차례 더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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