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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단 1만 원 인상…빈곤에 떠밀리는 '한부모 아이' [스프]

이현정 기자

입력 : 2024.08.01 09:02|수정 : 2024.08.01 09:02

[더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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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부)'가 받는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한 달에 '21만 원'입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이마저도 5년 만에 '1만 원'이 오른 겁니다. 2016년까지 월 10만 원이던 지원금은 2017년 12만 원, 2018년 13만 원, 2019년 20만 원으로 조금씩 올랐습니다.

처음엔 금액도 적었지만 지원 기준 연령도 낮아서, 지금처럼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주는 건 2019년부터입니다. 이런 지원에는 공통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미혼모(부)가 '저소득'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녀 1명을 키우는 경우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중위소득 63%)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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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수급자에 머물러야 하나요"

9년째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이다해 씨도 매달 21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입니다. 팍팍한 살림에 도움이 된 건 분명하지만, 더디게 늘어난 지원이 체감되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아이가 만 8세가 지나면서, 월 10만 원씩 나오던 아동수당(한부모가정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지급)이 끊긴 게 타격이 큽니다.

누군가는 "미혼모(부)에 대한 지원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각종 지원 제도를 이용하고자 미혼모인 척, 혼인 신고를 꺼리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다해 씨는 언제까지고 지원을 받기만 하는 저소득층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수급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벌이가 나은 일자리를 찾아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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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해 씨
힘들면 한 번씩 '이런 고생을 하면서 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생각하죠. 그래도 아이가 있으니까 이만큼 성장하려고 발버둥 치기도 하고, '어떻게든 발판을 딛고 올라가야지', '이 순간도 지나가겠지' 하면서 버티고 있거든요. 뭐든 내가 가지려고 하면 신청해서 선발돼야 하고, 그러니까 '수급자'라는 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상황 같아요. 결국 '너는 다시 (저소득층으로) 내려와야 돼'라는 느낌을 받아요. 정부가 '이 지원 금액으로 2인이 버티세요'라고 하기보단 좀 더 소득을 벌 수 있도록,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주면 버티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지원 방식은 최소한의 생계만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다해 씨의 월 소득이 232만 원을 넘는 순간 지원받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당장 소득을 확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학업이나 경력이 단절되기 일쑤인 미혼모에게 급여가 넉넉하면서 근무 시간이 짧은 '좋은 직장'은 많지 않습니다. 맞벌이할 수도, 양육 부담을 나눌 수도 없는 한부모가정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부모가족 지원'이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한부모가족의 아동 빈곤율은 47.7%로 OECD 회원국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습니다. 가장 빈곤율이 낮은 덴마크의 5배입니다. 더 심각한 건 부모와 함께 사는 아동과의 격차입니다. 한부모가정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4.5배 더 빈곤에 노출됩니다.

이현정 더 스피커주: 성인 연령은 18~64세, 아동 연령은 0~17세임. 빈곤선은 각국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함.
자료: OECD, 「OECD Family Database: CO2.2: Child Poverty」, 2021.

임신기부터 현금 지원하는 덴마크

지난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위기임산부 공적 지원 체계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외국의 한부모가족 지원 제도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작년에 여성가족부 국정감사 질의 중 하나가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 지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좀 인상하라'는 거였어요. 여성가족부 답변이 '20만 원에서 21만 원으로 1만 원 올렸다, 앞으로 계속 협의하겠다'라는 거예요.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현금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덴마크는 임신 12주가 경과된, 그러니까 임신기부터 지원하고 있고 소득도 한 달에 242만 원으로 상당합니다. 우리나라 한부모 지원 제도는 한부모가 된 이후부터, 아기를 낳고 나서부터 지원하겠다는 거고요. 노르웨이에서 직업이 없다면 한 달에 278만 원을 지급하고요. 호주는 부모급여가 한 달에 184만 원, 가족수당이 54만 원 정도로 총 238만 원을 한부모가 받을 수 있고, 여기에다 의약품비·통신비·교육비·교통비·주거 지원금·13세 미만의 자녀에 대해 보육시설 이용 요금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러면 키울 수 있겠죠.

여성가족부에 한부모가족 지원이 부족한 것 아닌지 묻자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9월까지 기준중위소득 52%였던 것을 58%(2022년 10월), 60%(2023년), 63%(2024년)로 확대했다는 겁니다. 또 양육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 단가를 높이고, 지원 기준을 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다른 나라의 한부모가족 지원 금액에는 우리나라의 부모급여(영아수당), 아동수당 등 각종 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수당을 감안하더라도 지원 규모에 차이가 큽니다. '부모급여'는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손실되는 소득을 보전하고 영아기 돌봄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보편수당으로, 0세와 1세에 각각 월 100만 원, 50만 원씩(올해 인상된 기준) 지원합니다.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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