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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근거 규정 없는 서면결의로 정관 변경은 무효"

한성희 기자

입력 : 2024.07.30 13:45|수정 : 2024.07.30 13:45


▲ 대법원

사단법인 정관에 별다른 근거 규정이 없는데도 총회를 서면 결의로 대체했다면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박 모 씨 등이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상대로 낸 임시대의원총회 결의 무효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달 27일 확정했습니다.

협회는 2020년 12월 임시대의원총회를 서면결의로 진행하기로 하고 대의원들에게 서면결의서를 받았습니다.

이에 재적 대의원 454명 중 449명의 찬성으로 협회장 연임을 1회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당시 8대 협회장이었던 김 모 씨는 이미 7대 협회장을 지내고 한 차례 연임한 것이어서 기존 정관에 따르면 출마가 불가능했지만, 정관을 변경한 덕에 2021년 6월 대면으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 단독 입후보해 9대 협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박 씨를 비롯한 일부 협회 회원들은 이 같은 정관 변경이 무효라며 2021년 10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정관 변경이 유효하다고 봤으나 2심과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고 회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민법상 사단법인에서 법률이나 정관에 정함이 없는데도 소집·개최 절차 없이 서면만으로 총회결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소집·개최 절차가 이뤄진 총회에 참석해 결의하는 것을 원칙적인 방법으로 한다"며 "서면결의는 총회에 참석해 목적 사항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결의함으로써 사단법인 사무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사원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피고(협회) 이사회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 등을 이유로 서면결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나, 그 무렵 상당 기간 다수가 참석하는 총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이 사건 정관변경 결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협회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9대 협회장 선거를 다시 치르기로 했습니다.

협회는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이에 따른 집합 금지 명령이 시행 중이므로 '대면총회를 하지 말고 서면결의 총회를 하면 된다'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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