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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수와 악수 거부했던 검객…'특별한 동메달'에 눈물 '펑펑'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4.07.30 13:16|수정 : 2024.07.30 13:16

[뉴스스프링]


김민표 뉴스스프링
어제(29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리나라 최세빈 선수를 힘겹게 이기고 펑펑 운 선수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펜싱 스타 올하 하를란입니다.

하를란은 지난해 경기장에서 만난 러시아 선수와 악수하는 걸 거부해 유명해졌는데요, 이 일로 파리올림픽 출전이 막힐 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하를란의 동메달은 전쟁 중인 조국을 위한, 특별한 메달이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정말, 정말로, 너무나 소중해요. 그 사태 이후 우리가 딴 첫 번째 메달이잖아요. 금메달이랑 같은 거예요. 아니, 금메달보다도 값진 것 같아요."

"제 동메달은 모든 우크라이나인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침공당한 조국에 올림픽 동메달을 안긴 검객 올하 하를란이 울먹이며 한 말입니다. 하를란의 동메달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영토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거둔 첫 번째 메달입니다. 하를란에게 메달의 색깔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2년 5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조국에 바치는, 특별한 메달이었습니다. 특별한 메달의 주인공을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몰려 공동취재구역이 꽉 막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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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결정전의 상대는 우리나라의 최세빈(전남도청). 접전 끝에 15-14로 최세빈을 힘겹게 이겼습니다.

이 순간 하를란은 무릎을 꿇고 잠시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벗고 입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엉엉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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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은 경기장인 그랑 팔레 중앙홀이 떠나갈 듯이 박수치고 응원의 함성을 질렀습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올하'를 연호하며 그의 특별한 동메달을 함께 완성해 주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하를란에게 파리 올림픽 출전 자체가 기적과 같았습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64강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물리쳤습니다.

경기 종료 후 마주 선 스미르노바가 다가가 악수하려 했지만,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뒀습니다. 악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하를란은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격당했습니다. 세계선수권이 올림픽 예선을 겸하기 때문에 사실상 파리행이 어려워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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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펜싱선수 출신이기도 한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원에 나섰습니다. '특수 상황'이라는 이유로 파리 출전의 길을 열어준 겁니다.
 

한 걸음 더

그런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의 '국민 검객'입니다. 2008년 베이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습니다.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두 번 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체전과 개인전 합치면 올림픽 메달을 종류별로 보유한 셈입니다.

검객으로서 정상을 밟은 데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은퇴를 고민했습니다. "그때는 올림픽을 가지 않는 게 내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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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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