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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찰의 위법한 외국인 현행범 체포, 국가가 배상해야"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7.22 11:14|수정 : 2024.07.22 11:14


▲ 대한법률구조공단

국가가 경찰의 위법한 체포로 피해를 본 외국인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은하 판사는 모로코 국적인 A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A 씨에게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씨는 지난 2020년 3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처음 보는 B 씨로부터 "불법체류자 아니냐"라는 말과 함께 휴대전화로 촬영을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당시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 부분을 가리며 촬영을 막았습니다.

경찰은 양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이후 A 씨를 폭행 피의자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2시간가량 파출소에서 진술서 작성 등 기초 사실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당시 경찰은 A 씨를 위한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A 씨의 배우자는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외국인 심문 시 통역 제공, 피진정인 직무교육 등을 경찰에 권고했습니다.

A 씨는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사건 발생 당시 원고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현행범인 체포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역의 제공이나 신뢰관계인의 동석 없이 조사받게 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우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외국인이라는 사유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법체계를 잘 모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일지라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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