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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알바로 번 돈 후배들에게"…대장암으로 세상 뜬 20대의 '마지막 바람'

신송희 에디터

입력 : 2024.07.10 13:34|수정 : 2024.07.10 23:25


"알바로 번 돈 600만 원, 저처럼 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해주세요."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대구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 원을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10일) 대구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교육과 고 차수현(22) 학생의 아버지 차민수 씨는 지난달 학교를 방문해 딸이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을 후배들에게 써 달라며 대학 발전기금으로 전달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장학금으로 내놓고 떠난 대구대 故차수현 학생. (사진=대구대 제공, 연합뉴스)
수현 학생은 지난 2021년 3월,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안고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지만, 그와 동시에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이 질병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 년 전 수현 학생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버지 차 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이런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서 그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수현 학생은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습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수술이라 갓 스무 살이 된 여학생이 감내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현 학생은 아픈 몸으로도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같은 학과 문동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즈음 병세가 악화되더니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수현 학생은 지난 6월 초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현 학생은 생전에 병상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차 씨는 딸의 마지막 바람대로 사범대학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600만 원을 기탁했습니다. 

차 씨는 "딸이 4학년 때 진행하는 교생실습을 그토록 하고 싶어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매우 속상해했다"며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과 문동오(생물교육과) 교수는 "수현이를 만나면서 대학은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현이를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회상했고,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은 "수현 학생의 못 이룬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대는 수현 학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캠퍼스에 간직하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그의 소중한 꿈을 기리기로 했습니다. 

대구대 故차수현 학생 추모 문구가 게재된 벤치 사진. (사진=대구대 제공, 연합뉴스)
(사진=대구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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