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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겼어요"…출하 앞두고 폭우에 잿빛으로 변한 방울토마토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7.09 13:38|수정 : 2024.07.09 13:38


▲ 익산시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 있다.

"며칠 있으면 수확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비 때문에 망해버렸어요."

전북 익산에 폭우가 쏟아진 오늘(9일),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왕 모(60) 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왕 씨는 이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39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화산리 일대에 설치해둔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8개 동이 이번 폭우로 침수됐습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익산에는 전날부터 오늘 오후 1시까지 110㎜ 이상의 비가 내렸습니다.

전날부터 거세게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잦아들면서 발목까지 들어찼던 빗물은 빠졌지만, 비닐하우스 바닥은 잠시만 서 있어도 발이 빠질 만큼 진흙으로 가득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 있는 방울토마토 대부분은 이미 진흙으로 뒤덮여 잿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아직 붉은 빛을 띤 방울토마토도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만, 왕 씨는 빗물을 머금은 탓에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왕 씨는 "비가 그치고 나면 방울토마토가 쪼글쪼글 쪼그라들어 아예 팔지를 못한다"며 "어제 새벽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 비가 많이 오면서 비닐하우스가 잠겼다"고 탄식했습니다.

익산시 망성면은 지난해 유례없는 폭우로 일대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던 곳입니다.

당시 7월 13∼15일에만 평균 479㎜의 폭우가 내렸고, 대청댐 방류량 확대 등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마을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특히 비닐하우스가 밀집한 마을 특성상 수박, 상추, 방울토마토 등 농산물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농민들은 내일까지 최대 120㎜의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에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왕 씨의 비닐하우스 맞은편에서 만난 이 모(44)씨는 "이 인근이 금강 하류 쪽이라서 매번 물에 잠긴다"며 "(작년 물난리 이후) 농어촌공사에서 배수장을 설치한다고 했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뤄져 올해도 이렇게 또 장맛비를 속절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일대는 금강변의 지대가 낮은 지역인데도 배수펌프 시설이 낡아 제대로 물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수해가 난 만큼 이번 침수 피해 역시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농민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이 씨는 "올봄에 농민들은 정부의 영농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았는데, 한 해 농사가 망하면 그 대출금이 고스란히 다 빚으로 남는다"며 "매번 되풀이되는 수해를 막으려면 배수장을 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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