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가 3년 전 'Better Together'란 지속가능성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을 때, 기후환경 분야를 취재해 온 저는 몹시 놀랐습니다. 당시 스타벅스 발표는 다회용컵(리유저블컵) 보증금 제도란 걸 도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는데요. 이 중에서 저를 놀라게 했던 건 (다회용컵 확산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부터 전국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전면 사용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커피 브랜드들에겐 커피 컵의 모양과 크기, 컬러, 디자인 등이 커다란 마케팅 요소입니다. 불행히도 다회용컵에선 그런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합니다. 핫음료든 아이스음료든 동일한 불투명 플라스틱컵에 담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수거 반납 시 자판기 같은 자동화 장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컵의 종류를 다양화하기 어려운 게 큰 이유일 겁니다.
2025년 일회용컵 제로화한다더니...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일부 지역에서의 시범사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2025년이라는 시점까지 못 박아서 전국 모든 매장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식 보도자료로 발표한 만큼, 경영진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공식적 의사결정이란 얘기인 겁니다.

그 이후 저는 큰 관심을 갖고 스타벅스의 탈 일회용컵 도전이 어떻게 귀결될지 지켜봤는데요. 만 3년이 흐른 2024년 6월 스타벅스는 다회용컵 보증금 사업의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지난 3년간 다회용컵 도전 분투기랄까요, <지구력>에서 정리해 봅니다.
스타벅스-SK행복커넥트 합작품, 다회용컵 보증금
대형 커피 브랜드들은 일회용컵 쓰레기 발생의 제1공적이죠.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문화-컵을 들고 다니면서 커피를 마시는-를 만들어냈고 일상으로 끌어들인 장본인들입니다. 그 한가운데 스타벅스가 있고요.
그런 만큼 스타벅스에겐 엄청난 일회용품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데 대해 나름의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앞서 2018년에 종이빨대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곳 역시 스타벅스였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스음료 뚜껑 디자인을 바꿔, 빨대가 필요 없는 컵을 만들어 낸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너(Greener) 스타벅스 코리아'란 이름의 캠페인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엔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란 걸 만듭니다. 일회용컵을 없애려면 버리지 않고 세척해서 다시 쓰는 텀블러나 머그컵 같은 걸 써야 하는데, 모든 소비자가 이걸 들고 다니기 어려우니, 보증금이 매겨진 다회용컵을 만들어 순환시킨다는 아이디어입니다.

2021년 6월 제주도에서 이 아이디어가 현실로 옮겨지는 데 협력자가 있었습니다. 컵을 수거해서 세척한 뒤 다시 카페 매장에 공급해 주는 역할, 특히 소비자들이 컵을 반납할 때 자동화된 기계를 개발하는 역할도 맡을 곳이 필요했는데, 이 몫이 SK그룹이 출자한 SK행복커넥트란 곳이었습니다. 사실상 SK텔레콤이 주도한 셈입니다.
이 두 기업과 제주도 지자체, 그리고 언론의 관심까지 힘을 보태면서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견 순항하는 듯했습니다. 최근엔 제주도 내 스타벅스 30개 전 매장 등 50곳 가까이로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왜 스타벅스는 포기 선언을 했을까요? 직접적 원인은 스타벅스라기보다는 SK행복커넥트에 있었습니다. 컵을 수거 세척 재공급하는데, 수지를 맞출 수 없었단 겁니다. SK 측은 스타벅스 등 여타 브랜드들의 참여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지 않으면서 비용을 대기 급급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커피숍에서 일회용컵 하나를 쓰는 데 50원 안팎이 드는 반면 수거 세척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컵 하나에 200원꼴로 비용이 발생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150원의 손해를 보면서도 커피업주들이 다회용컵을 쓸 수 있도록 채찍이나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두 가지 보증금, 다회용컵 vs. 일회용컵
사실 채찍 혹은 당근의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게 따로 있었습니다. 다회용컵 보증금보다 1년 반 정도 늦게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라는 겁니다.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보증금과 방식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컵이 다회용이 아니라 일회용컵이고, 보증금이 1천 원이 아니라 300원이란 점입니다. 또 다회용컵 보증금은 스타벅스의 자율 캠페인인 반면 일회용컵 보증금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환경부가 제주도와 세종시 두 곳에 강제화해 추진한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SK행복커넥트는 환경부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다회용컵 보증금을 활성화할 유인책이 될 거라고 봤습니다. 정부가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의무화할 때, 그 대안으로 다회용컵 보증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은 해당 컵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걸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 일회용품 사용을 원천 저감하진 않습니다. 때문에 일회용품을 없애자는 취지에 더욱 부합하는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 쪽으로 참여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 겁니다.
실제로 일회용품 보증금이 강제화되자,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와 파스쿠찌가 제주도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에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유인 효과가 현실화된 겁니다.
다회용컵 보증금 실패는 누구 탓?
이런 흐름에 재를 뿌린 건 다름 아닌 환경부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