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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가짜 거래, 식별 못하게 할 것"…투자자 속인 정황 확인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6.17 12:33|수정 : 2024.06.17 12:33


▲ 권도형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가 테라폼랩스 운영 초기부터 공범으로 기소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투자자들을 속이려 한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이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오늘(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공준혁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신 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에 냈습니다.

의견서는 2019년 5월 권 씨와 신 씨가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차이'(Chai)를 두고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겼습니다.

권 씨는 신 씨에게 영어로 "내가 그냥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거래를 생성할 수 있다. '차이'가 성장하면 (가짜 거래를) 줄이면 된다"라며 "내가 식별 못하게 만들 테니까"라고 말합니다.

이에 신 씨는 "소규모로 시험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라고 반응하고, 권 씨는 "알겠다"라고 답합니다.

검찰은 이를 권 씨와 신 씨가 사업 초기부터 고의로 테라 관련 거래를 조작해 투자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봅니다.

허위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신 씨 등은 법정에서 사기성을 부인하며 테라·루나 폭락의 원인이 권 씨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 탓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이 대화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4월 권 씨의 사기 행위를 인정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민사소송 배심원단에 제출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앞서 SEC는 지난 2021년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권 씨의 혐의를 인정한 배심원 평결에 따라 권 씨 측과 44억7천만 달러(약 6조1천억 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습니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계속 현지에서 구금돼 있습니다.

미 뉴욕 검찰은 지난해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고, 한국과 신병 확보를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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