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202
Q. 정부 주도로 이민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다 보니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고요.
먼저 제대로 된 진단이 있어야겠죠. 요즘 인구문제를 얘기할 때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지나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인구가 줄긴 주는데 유엔 추산으로는 2050년에 대한민국 총인구는 4,500만 명 정도가 됩니다.[2] 즉, 현재 5,100만 명 중 600만 명 정도가 줄어드는 거거든요.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걸 '절멸', '소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서구 국가들의 합계출산율도 한국처럼 0명대는 아니지만 인구가 유지되기 위한 2.1명(대체출산율)에 훨씬 못 미쳐요.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측면도 있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에서는 인구를 역전시킨다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듭니다. 안정적인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 인구 문제를 얘기할 땐 인구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에 겁을 먹거나, 아니면 몇 가지 계획으로 인구를 완전히 반등시킬 수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담론들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런 극단적 논의로는 제대로 된 방안을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2]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Q. '소멸' 같은 말로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군요.
문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겠죠. 뉴욕타임스가 유엔과 세계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기사를 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예요. 그래서 아직은 우리가 저출산 고령화 영향을 잘 체감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한국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는 거예요. 동시에 일자리 분리가 이뤄지죠. (3D직종의 경우) 내국인들은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하고 이주 노동자가 떠맡는 그런 일자리에 대한 충원이 갈수록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이민에 관심이 모이는 거라고 봐야죠.
Q. 그럼 젊은 이민자를 받는 건 불가피한 일 아닌가요?
이민자가 들어왔을 때 사회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아요. 다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이민은 노동권 같은 권리 보장 없이, 또는 이민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 노동력만 갖다 활용하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과거 발전국가[3] 시대의 노동력 동원 방식을 '이민'으로 대체하는 거죠. 발전 국가 모델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을 수는 있어도 미래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또다시 그런 모델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이민이 다뤄질 때마다 저는 현재의 위기, 변화돼야 할 부분들을 자꾸 과거 얘기로 틀어막는 느낌이 들어요.
[3] 발전국가는 '사유재산과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에 따라 압축적 산업화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공동체 이익의 증진을 도덕적 이념으로 삼는 나라'를 의미함.(네이버 국어사전) 한국의 1960~70년대 압축적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주로 사용됨.
Q. 최근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정부가 외국인 의사를 투입하겠다고 했던 기사가 떠오르네요. 내부 문제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데서 동원하겠다는 발상이 비슷한 거 같아서요.
제가 자꾸 말씀드리는 게 정부 정책 결정자들이 이민과 관련해서 그런 방식의 정책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거예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끌고 가는 거죠.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노동 정책의 동원 대상으로서 이주자를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니 한국의 이민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힘들죠.
Q. 말씀하신 대로 외국인만 들여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이 계속 양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이민자 비율을 주요 5개국(G5) 평균인 11%대까지 높이면 10년간 650조 원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한 한 재계 연구소의 보고서 같은 것들이요.
우리 필요에 따라 해외 노동력을 동원하겠다는 관점의 정책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요? 이민을 떠나보낼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넘치던 국가들의 상황도 달라지고 있어요. 인구 변화와 경제 성장 수준을 봤을 때 동남아 국가들도 곧 지금의 한국처럼 되거든요. 베트남이 성장하는 속도를 보시면 굉장히 급격하잖아요. 이민을 고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앞으로 10년도 안 되어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는 이민정책이라는 게 기껏해야 10년짜리밖에 안될 수 있는 거죠. 2050년 유일하게 생산연령인구가 남는 곳은 아프리카와 인도밖에 없어요. 중국 인구도 2050년까지 1~2억 명이 줄어듭니다.
Q. 중국이 앞으로 이주자들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이주자석'[4](migration magnet)으로 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이주를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일본이나 중국은 인구 규모가 큰 만큼 인구가 더 줄어들 테니 그만큼 더 많은 이주자가 필요하겠죠. 우리나라는 동일한 인구 풀을 놓고 그 국가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어요. 어차피 이주민들도 들어오면 노령화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젊은 이주자들이 복지시스템을 유지하고 고령화의 문제를 개선하는 측면이 있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도 여기 살기 시작하면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고 나이를 먹습니다.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결국은 이민자들의 패턴도 한국 사람들이랑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오래 살고 아이를 적게 낳을 겁니다. 왜냐하면 살고 있는 사회가 똑같으니까요.
[4] '이주자석'은 이주민들을 자석처럼 강하게 끌어당기는 유입국을 지칭하는 단어.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암스테르담대학교 헤인 데 하스 교수는 저서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에서 '미래에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정치가 안정된다고 추정하면 중국이 주요한 이주 자석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Q.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서 왔더라도 한국으로 오면 생애 패턴이 비슷해진다는 거군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생각을 못했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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