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⑬] '잘 듣는' 군주의 기술 (글 : 양선희 소설가)
#1
위나라 사군은 신하 여이를 중히 여기고, 애첩 세희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들이 총애를 믿고 자신을 눈과 귀를 가로막을까 두려워해서 다른 신하 박의를 높여 여이와 맞서게 하고, 다른 첩실인 위희를 높여 세희와 맞서도록 하면서 "이렇게 서로 대조해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군은 자신의 이목이 가로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아랫사람도 윗사람을 비판할 수 있고,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은 채, 권력이 서로 비슷하게 된 이후에야 서로 비판할 수 있도록 했으니 더욱 군주를 가리고 막는 신하들이 늘어났던 것이다.
사군이 가로막힌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
위나라의 신하 방공이 태자를 따라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에 인질로 가게 되었다. 그는 왕과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지금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못 믿는다."
"두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못 믿는다."
"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믿으십니까?"
"나는 믿을 것이다."
"대체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데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는 있는 것이 됩니다. 지금 한단과 위나라의 거리는 시장보다도 멀고, 저를 헐뜯는 자들은 세 사람보다 많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이 점을 살펴주십시오."
이후 방공이 한단에서 돌아왔을 때, 결국은 참언들 때문에 왕을 볼 수 없었다.
#3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헤매지 않는다. 지금 과인은 일하면서 여러 신하들과 상의하는데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지니 어쩐 일입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명군이 신하에게 물으면, 한 사람은 알고 한 사람은 모릅니다. 사정이 이러해서 명군은 윗자리에 있으면서 신하들에게 아래에서 솔직히 논의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지금 노나라의 신하들이 계손 씨(노나라 실권을 장악한 대부)와 말을 하나로 맞추고 행동을 같이하니 노나라가 온통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군주께서 비록 경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해도 이 어지러운 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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