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피커] 조작, 보복, 탄핵 그리고 공허... 피해자 유우성의 심경은
※ 유우성 '보복 기소' 논란
화교 출신의 유우성 씨는 200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2010년 북한에 25억여 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유 씨가 탈북자들에게 예금 계좌를 빌려줬을 뿐 범행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기소 유예 처분했다.
그런데 2013년 2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유 씨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는다. 그는 구속기소됐지만, 1심은 2013년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정보원은 이후 유 씨의 북한 출입경 기록을 위조해 검찰에 제출했고, 검사는 이를 그대로 항소심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 씨는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 수사검사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다.
이후에도 유 씨는 다시 수사를 받았다.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2014년 재수사해 기소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소 시점은 '간첩 조작' 사건에 관여한 검사에게 징계를 청구한 직후였고, '보복 기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유우성 씨는 또다시 기소된 '불법 대북 송금' 사건 1심에서 혐의가 모두 인정돼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검찰의 '대북 송금' 혐의 기소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며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는데, 이후 2023년 9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안동완 검사가 유 씨를 '보복 기소'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통과시켰다.
Q. 헌재 결정문에서 재판관들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어떻게 느꼈나?
A. 사실은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본 의견들을 자세히 봤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보복 기소가 맞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한 것을 헌재 재판관 몇 분들은 또 할 수 있는 기소라고 하시니까 저는 잘 이해는 안 됩니다.
저는 법 공부를 안 했지만, 사실은 어떻게 보면 법이라는 게 모든 사람들한테는 공평한 거 아니겠습니까?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제재하고, 강자의 어떤 위법적인 행동을 제재하기 위해서 법이 있다고 저는 알고 있는데요.
대법원은 검찰 기관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결론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 재판관님들은 그게 또 아니라고 하니까 참 저는 피해자로서는 좀 두 번 세 번 피해를 더 당하고 짓밟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검사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일반 평범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판단이었다면, 헌법재판관님들이 대법원의 의견을 거슬렀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Q. 일부 재판관들은 '검찰이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유우성 씨를 기소할 만한 사정들이 밝혀졌다'며 재수사와 공소 제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 판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법은, 사실은 어떻게 보게 되면 증거를 놓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법원에서 받은 어떤 판결문도 제가 그 행위를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공소권 남용이 문제라고 공소 기각 판결을 한 것 아닙니까?
제 죄가 그렇게 인정이 되고 커 보였다면 2심이나 대법원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하려면 그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로서는 이건 불공정한 판단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Q. 수많은 재판 뒤에도 일이 끝나지 않고 '검사 탄핵 소추'까지 이어졌는데, 긴 과정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A. 사실은 저로서는 그냥 이걸 좀 제 인생에서, 내 머릿속에서 지우고 그냥 일반인하고 평탄하게 살고 싶은 게 사실은 저의 소망이에요. 그런데 제가 원치 않게도, 제 사건이 어떻게 보게 되면 대한민국에 제일 많이 알려진 간첩 조작 사건 중에 하나로 돼버렸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냥 저 편하자고 입을 함구하고, 조금이라도 변화의 시도를 하지 않으면, 제가 정부나,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스스로 할 말이 없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입을 다물고, 인터뷰하기 싫은 것도, 떠오르기 싫은 것도 그냥 버티며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부터잖아요. 나부터 어떤 변화를 조금이라도 가져가서 그 변화가 조금씩 조금씩, 아직 더디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사실은 어떻게 보게 되면 검찰이나 또는 법 기관에서 누군가를 조작하고 누군가를 공소권 남용하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그런 작은 씨앗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버티고 하는 겁니다.
비록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지만 사실은 그 실망스러운 결과 과정에서 또 보여준 것들이 있거든요. 특히 이제 네 분의 판사는 명확히 잘못됐다는 부분과 탄핵이 돼야 된다는 부분들이 이런 판결이 나왔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성과거든요. 비록 다수결로 돼가지고 5:4로 팽팽하게 기각은 됐지만 사실은 그 속에는 잘못됐다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는 판사님들 계시니까 이게 저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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