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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 이름 OOO"…넘치는 개인정보 속 잇단 일반인 '신상털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6.03 06:52|수정 : 2024.06.03 06:52


▲ 훈련병 사망사건 발생한 육군 모 부대

"중대장의 이름은 OOO. 출신학교는 XXX."

최근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중대장에 대한 이른바 '신상 털기' 글이 인터넷에 잇달아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1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게시물엔 당사자의 이름과 나이, 학번, 사진 등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그를 비난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습니다.

지난달에는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제 폭력 살인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된 피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가 이어지면서 여성가족부가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앞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인터넷 카페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이후, 가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직장, 사진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일반인 신상 털기가 잇따르는 데엔 별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는 각종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누적되고, 검색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보 주체 스스로 SNS 등에 올린 내용을 비롯해 여러 기관·기업에 제공한 개인정보가 제대로 파기되지 않거나 유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공인이 아니라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모으는 게 어렵지 않아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분쟁 조정 건수는 666건으로, 2019년(302건)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91건에서 208건으로, '목적 외 이용·제삼자 제공'은 79건에서 98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정보주체의 열람·정지·철회 등 요구 불응'은 30건에서 95건으로, '개인정보취급자의 누설·유출·훼손'은 22건에서 132건으로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킹이 아닌 인터넷 검색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위법 소지는 있다고 봅니다.

법률사무소 디케의 김보라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을 문제로 삼은 판례가 있다"며 "잘못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정보를 모아 유포하면서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이용자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관 기간을 넘기고도 파기하지 않고 광고나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는 사업자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상 털기가 '개인정보를 본래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상 공유나 의견 표출 등 정보마다 고유의 목적이 존재하는데, 이를 수집해 유포할 경우 목적 외 이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에서는 공개된 정보라도 이를 취합할 경우 또 다른 정보가 파생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 목적 정도를 제외하면 '개인정보 프로파일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며 "우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와 유사한 이유로 최근 범죄 피의자와 일반인 등의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문 닫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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