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02 09:00
수정 : 2024.06.02 09:00[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⑫] 전쟁에서 패배하는 '리더의 기술' (글 : 양선희 소설가)
#1
이회가 군문의 좌우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경계하여 말했다.
"부지런히 경계하라. 적들이 조만간 너희를 칠 것이다."
이런 말을 두세 차례 했지만 적은 오지 않았다. 좌우 군문의 병사들은 해이해지고 태만해졌으며, 이회를 불신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진(秦)나라 사람들이 습격하자 그 군대는 거의 전멸했다. 이것이 불신이 초래한 우환이다.
또 다른 일설에 따르면 이회는 진나라와 전투를 할 때에 좌측 군문 병사에게 말하기를 "속히 (성벽 위로) 올라가라. 우측 군문 병사들은 이미 올라가 있다"고 했다. 또 달려가서 우측 군문 병사에게 말하기를 "좌측 군문 병사들은 이미 올라가 있다"고 했다.
이에 좌우 군문의 병사들은 "올라가자"며 모두 다투어 올라갔다.
그러나 이듬해에 진군이 습격해 왔을 때, 군사들은 이회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군대는 거의 전멸하기에 이르렀다.
#2
초나라 여왕이 경계를 위해 북을 쳐서 백성과 함께 적의 침략에 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취하여 실수로 북을 쳤다.
백성들이 크게 놀라 달려오니 사람을 시켜 "내가 취하여 측근들과 장난하다가 잘못 북을 쳤다"는 말을 전하도록 해서 달려온 백성들을 모두 파하게 했다.
몇 개월 후 경계 상황이 생겨서 북을 쳤으나 백성들은 달려오지 않았다. 이에 거듭 영을 내리고 호령을 명백히 전한 다음에야 백성들이 이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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