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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앞서 보신 대로 인구 절벽을 마주한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생각해 볼 만한 내용 하나 전해 드리겠습니다. 가족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남녀와 혈연이라는 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정된 틀에 들지 못해서 힘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가족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 이야기를 신용식 기자, 손기준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신용식 기자>
남들 시선이야 어떻든, 두 사람은 5년 차 커플입니다.
부부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고, 결혼식과 혼인신고 등 나름의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김규진·김세연 : 한국에서는 동성혼 신고를 할 수 없으니까 그 해에 미국에 갈 기회가 있어서 간 김에 해버렸습니다.]
이들에게는 아이도 있습니다.
여느 부부라면 평범한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아이를 갖겠다는 결심부터 낳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김규진·김세연 : (대한산부인과학회 지침상) 시험관 시술은 사실혼 관계까지만 해주는 걸로 돼 있어요.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는 이성만 사실혼 관계예요.]
벨기에까지 가서 정자 기증 시술을 받은 끝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라니를 품에 안았습니다.
누가 봐도 엄마와 딸이 분명하지만, 사회는 이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김규진·김세연 : 주민등록등본 떼 보면 세대주, 동거인 그리고 저희 아기는 동거인의 아기, 이렇게 나옵니다. 완전 남인 거죠.]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출산했는데도, 출산 휴가를 거절당한 게 이들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김규진·김세연 : '배우자 출산휴가를 써라'라고 저랑 같이 일하는 상사분들은 승인을 해주신 상태에서 맨 마지막에 행정팀에서 (승인하지 않았어요.)]
가족이라는 무엇일까요.
현행 민법상 가족은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앞서 보신 동성 커플은 물론, 이성 커플이라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 동거자들은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손기준 기자>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지만 경제적 이유나 연인 관계로 이어져 한 지붕 아래에 사는 비친족 가구원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서만 약 109만 명, 가구 수론 약 51만 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적지 않은 비친족 가구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구성원으로서의 배려는 누리지 못하는 겁니다.
10년째 남남 커플인 두 사람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쓴웃음으로 넘겨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도 기환 씨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도 가족이 아닌 종렬 씨는 면회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김기환·박종렬 : '누군가가 잘못되거나 죽거나 이랬을 때 전혀 뭔가 보호받지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면 함께 살던 동반자가 숨져도 사망신고를 할 수 없고, 유족연금도 받을 수 없을뿐더러 상속도 불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 혜택이나 연말 정산에서 빠질 수 없는 부양가족 공제도 그림의 떡입니다.
[김기환·박종렬 : 우리가 함께 이루는 뭔가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이렇게 그냥 하하호호 지내다가도 되게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는 25년 전부터 팍스 제도를 운영하며 성별,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성인 두 사람이 가족을 꾸리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꾸린 가족의 형태가 당사자들은 물론 그들이 낳거나 입양한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내도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이렇다 할 논의 없이 폐기될 운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다양한 모습을 띤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걸 논의할 때가 됐다고 설명합니다.
법적 테두리 안의 가족만을 놓고 인구 절벽 해법을 찾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법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라는 거예요. 이 사람들을 그냥 이런 사회안전망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그것이 좋은 국가인가. 그것이 행복한 사회인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영상취재 : 하 륭·양현철·양지훈, 영상편집 : 원형희·이소영, 디자인 : 방명환·서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