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전 경기 후 인터뷰하는 나달
클레이 코트에 강해 '흙신'으로 불렸던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이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탈락했습니다.
부상에 시달리며 세계랭킹이 275위까지 떨어진 나달은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세계 4위인 독일의 강호 알렉산더 츠베레프에게 0대 3(3-6 6-7<5-7> 3-6)으로 졌습니다.
이 대회에서 통산 14번이나 우승했던 나달은 자신의 마지막 프랑스오픈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대회를 1회전 탈락으로 끝냈습니다.
나달의 프랑스오픈 통산 전적은 112승 4패가 됐습니다.
나달이 프랑스오픈에서 진 것은 2021년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준결승전 이후 이번이 3년 만이고, 1회전 탈락은 처음입니다.
또 이달 초 이탈리아 로마 마스터스 2회전 패배에 이어 나달이 클레이코트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1986년생 나달은 이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마지막 프랑스오픈이 될 것 같지만 '100% 그렇다'고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나달은 허리 부상 등으로 지난해 1월 호주오픈 이후 1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2022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통산 22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지만 지난해에는 프랑스오픈에도 뛰지 못했습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코트에 돌아왔지만 다리 근육 부상 때문에 호주오픈에 뛰지 못했고, 4월에 다시 코트에 복귀했습니다.
이후 자신이 강세를 보이는 클레이코트 대회에 이번 프랑스오픈을 포함해 4차례 출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1회전 상대가 너무 강했습니다.
2023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리면서 세계 랭킹이 200위대에 머문 나달은 시드를 배정받지 못했고 첫판부터 톱 랭커인 츠베레프를 만났습니다.
나달은 1세트 출발이 불안했습니다.
자신의 첫 서브 게임에서 더블폴트가 나오며 한 점도 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허용했습니다.
미처 몸이 풀리기도 전에 끌려가기 시작한 나달은 결국 게임 스코어 3-5에서 네 차례 듀스 끝에 또 서브 게임을 뺏기며 1세트를 3-6으로 내줬습니다.
2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2-2에서 처음으로 츠베레프의 서브 게임을 따내 5-3까지 앞서 나갔지만 5-4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또 한 포인트도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내줘 결국 타이브레이크에서 5-7로 패하면서 경기 흐름이 완전히 츠베레프로 넘어갔습니다.
3세트에서도 나달이 초반 2-0으로 앞섰지만 곧바로 브레이크를 당해 2-2가 되는 등 파워에서 츠베레프에게 밀렸습니다.
서브 최고 시속이 츠베레프 223㎞, 나달 199㎞로 차이가 났고, 서브 에이스 수에서도 츠베레프가 8-2로 앞섰습니다.
츠베레프는 2022년 이 대회 4강에서 나달과 겨루다가 발목을 다쳐 기권 패했던 기억을 털어내며 2회전에 진출했습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츠베레프는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지만 프랑스오픈에서 최근 3년 연속 4강에 올랐습니다.
나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다시 프랑스오픈에 뛰기 위해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쳤다"며 "나의 몸 상태는 어떤 날은 뱀에게 물린 것 같고, 또 어떤 날은 호랑이에게 공격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글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나달은 "이런 경기에 맞는 집중력과 에너지를 가지려면 실전 경험이 더 있어야 한다"고 아쉬워하며 "오늘 졌지만 경기에서 승패는 늘 갈리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퇴 여부에 대해서는 "오늘이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여러분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